[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9월 불법 체류자나 탈북자를 강제송환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내 탈북자 신변에 위험신호가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미국의 북한전문 인터넷 매체 `NK뉴스’는 지난 7일 이번 조치가 양국 간 올해 맺어진 일련의 합의 가운데 하나라며 관련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VOA)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적법한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체류하다 적발된 사람은 구금되고, 이후 인터뷰를 거쳐 불법 입국 사실이 확인될 경우 30일 내에 추방된다는 게 핵심이다.13장으로 이뤄진 협정문은 또 적법한 입국 요건, 조사 절차, 개별 사안 당 비용 등을 나열하고 있다.다만 적발된 개인이 본국에서 고문,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 사형 혹은 박해 위험에 처할 것으로 보일 경우 각국은 송환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NK뉴스’는 강제송환 금지를 명시한 이 같은 법적 보호 장치에도 불법으로 북한 땅을 떠난 이들이 새 협정에 따라 송환될 경우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에는 러시아에서 강제송환된 북한 주민들이 고문 당한 사례가 소개돼 있으며, 그 중 한 명은 6개월 간 조사와 고문을 받은 뒤 수용소로 보내져 계속 학대를 받은 것으로 기술돼 있다.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NK뉴스 인터뷰에서 협정문 내용이 매우 험악(ugly)하다고 평가했다.일부 예외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러시아가 탈북자들을 강제북송 해야 할 의무를 지게 되는 의미로 풀이했다는 것이다.반면 레오니드 페트로프 호주국립대 교수는 `NK뉴스’에 이번 협정이 두 나라 간 불법 체류자 본국 송환 절차를 담은 순전히 기술적 문서에 불과하다며 이견을 보였다.앞서 위성락 러시아주재 한국대사는 지난달 20일 한국 국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와 북한이 불법 체류자 상호 송환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등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지만 러시아로 탈북한 북한 주민이 강제로 송환되는 경우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외교부 당국자는 "탈북자는 외모와 언어 등의 요인 등으로 러시아로 가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러시아는 그동안 국제법을 준수해 본인이 원할 경우 제 3국으로 보내왔다"고 말했다.한 탈북자는 "러시아에 불법 체류하다 잡힐 경우 북한 선군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넘어왔다고 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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