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백제정신의 고향'이 문학축제로 물들다

신동엽기념사업회 '뉴백제 인문학 트러스트 구축' 박차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혁명시인 신동엽의 고향, 충남 부여에서 '뉴백제 인문학 트러스트 구축' 사업이 한창이다. 신동엽기념사업회는 지난 9월부터 '백제, 소멸의 시대에서 생성의 시대로'라는 기치를 내걸고 새로운 인문기행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콘텐츠를 마련 중이다. 2007년 전주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 당시 '부여'가 한국 정신문화 거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문화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점 후보지에서 탈락했다. 이에 문학인들은 부여를 백제정신이 담긴 문화 유산의 거점이자 세계 인문기행지로만들어가기 위해 '뉴백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따라서 뉴백제 프로젝트는 신동엽 시인과 시인정신을 키워드로 삼는다. 또한 신동엽문학관은 과거를 기념하는 문학관에서 탈피해 새로운 문화운동의 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신동엽문학관 전경

이와 관련, 강형철 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신동엽은 백제정신을 내세워 동학 등 토착사상에 담긴 대지의 정신을 옹호한, 토박이 노래꾼의 전형으로 미적 형식과 시정신을 모두 보여준 선구적인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신동엽 시인(申東曄, 1930~1969년)은 충남 부여 출생으로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다. 그의 작품으로 민주세력에 스며든 기회주의를 비판하고 통일을 노래한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하는가' 등을 비롯해 '삼월', '발', '4월은 갈아엎는 달', '주린 땅의 지도원리', '우리가 본 하늘' 등을 남겼다. 1963년 '아사녀'를 발표했고 사후 1975년에 '신동엽 전집'이 나왔다. 서사시 '금강'은 신동엽 시인의 대표작으로 동학혁명을 담고 있다이에 신동엽기념사업회는 오는 14∼16일 '신동엽문학관 가을축제'를 열고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관을 개관한다. 신동엽 문학상은 1982년 제정돼 현재 41의 수상자를 냈다. 이 상은 일반적인 문학상과는 달리 시, 소설 구분없이 올곧은 문학정신을 발현한 작가에게 수여된다. 수상자로는 이문구, 현기영, 도종환, 김남주, 곽재구, 방현석, 공선옥, 이원규, 전성태, 김종광, 최진영 등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인이 포함돼 있다. 뉴백제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고 있는 김형수 시인은 3일 "이달 중순께 신동엽문학관 가을축제를 시작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신동엽 정신'을 찾아 장차 아시아작가와 함께 하는 다문화축제를 위한 국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작가정신의 출현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 신동엽정신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언제나 지속돼야할 현재진행형"이라고 설명했다. 가을축제 첫째날인 14일 12시에는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관 개관이 이뤄진다.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관은 역대 수상 작가 41인의 사진 및 도서 전시, 수상소감 등에서 발췌된 수상작가들의 발언으로 꾸며진다. 이를 통해 신동엽의 시정신이 시대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계승되고 재탄생되는 지를 볼 수 있다. 또 신동엽문학상 시인의 생가 일대를 ‘시로 쓴 현판’, ‘이야기 지도로 만든 벽화’ 등으로 새 단장한 신동엽 공간미학전도 펼쳐진다. 같은 날 14시부터 '백제정신 연구'심포지엄이 있으며, 16시에는 '우주의 나그네, 신동엽의 집에 오다'라는 제목으로 시인 고은의 강연 및 시낭송이 이어진다. 행사 이틀째인 15일 16시에는 신동엽문학상 수상작가관 개관을 축하하는 공연이 있다. 이 행사에는 시극 '금강'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백제를 소재로 한 근현대가요가 소개되며 수상작가들의 시낭송이 진행된다. 16일에는 사비미술연구회에서 준비한 전시와 함께 신동엽 시인이 1960년대에 예지한 융합적 인간형 ‘전경인’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전경인 이야기 마당'이라는 지역민 행사가 펼쳐진다. 그 외에도 12월19일에는 '신동엽문학의 공간 재구성'도록 출판기념회와 사진작가 최광호의 '신동엽의 대지' 전시회 및 송년음악회가 마련된다. 한편 신동엽문학관은 건축가 승효상의 설계로 작년 5월 개관했다. 부여읍 동남리 생가 옆에 위치하며 오늘날 부여가 자랑하는 3대 건축물의 하나로 꼽힌다. 문학관내에는 신 시인의 부인인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성적표, 생활기록부, 반장 임명장, 각종 신분증, 의료 및 생활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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