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돈 흐름 이상했다

회계전문가들 '재무제표 미스테리 한두가지 아니다'

①단기차입금 비율 70~90% → "신생벤처도 아닌데 너무 높다"②외상매출 가늠자 "발생액" 3년새 13배 늘어→"자금흐름 건전성 위험신호"③매출채권처분손실 3년새 두배 뛰어→"매출채권 담보 대출 급증 가능성"④실사 어려운 해외자회사 매출채권 급증→"밀어내기 매출 의혹 짙어"[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매출액 1조클럽에 이름을 올리고 빌게이츠의 찬사까지 받았던 생활가전 기업 모뉴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분식회계 의혹에 휘말렸다. 서류상 허위로 꾸민 수출채권에 은행과 보험공사가 껌벅 속아넘어갔다.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와 은행들은 "작정하고 속인 걸 어떡하냐"는 반응이지만 전문가들은 재무제표만 훑어봐도 적신호는 곳곳에 있다고 지적하며 나태한 대출행태를 문제삼고 있다.전문가들은 70∼90%에 달하는 단기차입금 비율과 매출채권처분손실의 급증, 발생액(순이익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차감한 금액) 폭증, 해외자회사 매출채권 증가 등 회사 자금흐름상 이상 징후는 지뢰밭처럼 많았다고 지적했다. ◆단기차입금비율ㆍ현금흐름 비정상 =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정상적인 단기차입금비율이다. 2013 회계연도 별도 기준 감사보고서에 적시된 모뉴엘의 1년 미만 단기차입금은 1019억4700만원이다. 이는 전체 차입금(장ㆍ단기차입금+유동성장기부채)의 70%에 달한다. 그나마 2011년엔 84%, 2012년 91%까지 갔던 것이 소폭 낮아진 것이다. 차입금의 대부분을 1년 만기 이하의 빚을 끌어다 근근이 운영했던 셈이다. 현직회계사들은 "담보가 하나도 없는 신생벤처가 아니고서야 어떤 기업도 이렇게 단기차입금 비중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익'은 났지만 '현금'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 역시 문제다. 모뉴엘의 연결기준 2013 회계연도 매출액은 1조, 영업익 1000억원, 순이익 600억원 상당이지만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은 15억원 마이너스였다. 황인태 중앙대 교수는 "항공사나 해운사가 막대한 감가상각비용으로 당기순손실이 나도, 감가상각비가 비용처리 되지 않는 영업현금흐름은 플러스로 나온다"며 "순이익이 있음에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상황으로 보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외상매출의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발생액(순이익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차감한 금액)의 크기가 폭증한 점도 미심쩍다. 2011년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불과 45억3600만원 수준이었던 발생액은 2012년 214억9500만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584억2600만원으로 급증했다. 3년새 발생액이 13배나 늘어난 셈이다. 권수영 한국회계학회장(고려대 교수)는 저서 '회계학이야기'에서 "영업현금흐름은 자의적인 회계처리에 영향을 거의 안받는 반면 당기순이익은 주관적 판단이 개입된 회계처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발생액의 급변으로 기업 이익변동성이 클 때 이익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받을돈 처분손실 급증ㆍ해외자회사 이상징후도 = 매출채권처분손실이 급증했다는 점도 이상한 대목이다. 2011년 56억7800만원이던 매출채권처분손실은 지난해 132억80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현직 회계사는 "매출채권이 거래처에서 회수가 안되면서 매출채권을 담보로 유동화를 많이 했다면 손실이 갑자기 이렇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자회사를 통한 이상거래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매년 막대한 순손실을 내고 있는 일본, 중국 등 모뉴엘 해외 자회사의 매출채권도 갑자기 늘었다. 지난해 모뉴엘 중국 심천 자회사(Moneual Shenzhen Trading Ltd.)와 일본 자회사(Moneual Japan Inc.)는 각각 7억5500만원, 11억5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직전해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하지만 중국 심천 자회사의 매출채권은 (3억3200만원→11억3500만원)으로 3배 이상 늘었고, 일본 자회사의 매출채권은 8억6000만원에서 15억8100만원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진배 고려대 교수는 "매출채권은 어느정도 지나면 대손처리를 해 손실로 잡아야 하는데 그러지않고 '못받을 돈'을 계속 숨기게 되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태 교수도 "포휴먼이나 대우, SK글로벌 등 많은 분식의 사례가 해외자회사에 '밀어내기 매출'을 일으켰다"면서 "확답하긴 어렵지만 매출채권은 늘어나면서 현금은 안들어오면 해외자회사를 통한 분식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개된 재무제표를 통해 부실신호가 극명히 나타나고 있기 은행들이 이를 모르고 대출해줬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있다. 한 회계학과 교수는 "현금흐름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지가 20년이 넘었다. 아무리 매출 1조가 나는 회사라해도 자금흐름이 이렇게 비정상적인 기업에 거액의 대출이 들어갔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면서 "금융산업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거나 유착관계가 있다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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