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벌어지고 있는 요즘은 모처럼 국회의 존재 이유를 확인케 해주는 기간이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국회(의원)에 대한 비난과 조롱은 끊이지 않는다. 국감 무용론은 물론 일부 의원들이 빚는 물의를 국회 무용론으로까지 확대하는 여론은 국회에 대한 비하와 모독이 일상화된 현실을 잘 보여준다. 어떤 이의 '세비 반납' 운운도 그 말을 한 사람에게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의원들에 대한 비난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을 돌릴 수 있다고 보는 것에서 국회가 '공공의 적'이 돼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케 된다. 2년 전 화려하게 등장한 어느 정치 신인이 정치개혁의 핵심으로 '의원 수 감축'을 들고 나온 것에서도 그 순진함을 탓하기 전에 거기에 국민의 정서가 반영돼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측면이 있었다. 국회에 대한 이 같은 차가운 시선에는 물론 국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연간 수억원을 들이는 비용에 비해서는 그 행태나 수준이 매우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국회에 쉽게 돌팔매질을 하는 것에 머무른다면 그건 결국 우리에게 '자해(自害)'가 될 뿐이라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오늘날 많은 부패와 무능, 부실은 그 주요 발원지가 예산과 자원을 배분하고 집행하는 힘을 갖고 있는 행정부다. 그러나 행정부의 방대한 일을 국회는 과연 얼마나 파악할 수 있을까. 의원들이 매섭게 추궁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월적 권력과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국회가 아닌 행정부인 것이다. 그 같은 불균형, 비대칭은 견제의 실패, 감시의 패배를 가져온다. 그 같은 불균형, 비대칭을 더욱 강화시키는 것은 정치와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비대칭적 태도다. 우리에게 정치는 가깝고 행정은 멀다. 행정은 전문가의 영역이지만 선출직은 우리가 뽑아주는 이들이니 맘대로 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정치를 무시하고 비난할 것만은 아니다. 행정은 현실을 유지하는 것이지만 정치는 현실을 바꾸는 것이다. 과도한 정치 비하는 결국 자신의 삶의 개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을 욕하기 이전에 제대로 일을 하는 국회를,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개개인 하나하나가 헌법기관인 의원을 제대로 뽑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러지 않고 비난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자해행위'에 다름아니다.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이명재 기자 prome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