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외면' 사라지는 증권사 현금지급기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증권사들이 자체 운영하는 ATM(현금지급기)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의 상징이자 증권사들의 숙원사업과도 같았던 ATM이 업황 악화 속에 정리대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올 상반기 전국에 있는 ATM 기기를 전면 철수했다. 삼성증권이 자체 운영하는 ATM은 2011년 12월 말 118대에서 2012년 12월 말 106대, 2013년 12월 말 55대로 줄었다. 고객들의 요청으로 현재 지점 위주로 39대(9월 말 기준)만 운영하고 있다. 유안타증권의 ATM 운영 대수는 182대(6월 말 기준)로 최근 2년 사이 53%나 줄었다. 2012년 3월말 390대이던 ATM기기는 2013년말 263대, 올 3월말 190대로 매년 감소 추세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ATM기기를 설치·운영해왔다. 현대증권도 2011년 12월 말 29대를 가동하다가 2013년 12월 19대, 지난 9월 10대로 3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이밖에 하나대투증권,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은행계열 증권사들은 자체 ATM을 설치하지 않고 은행들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한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ATM 감축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ATM 한 대의 구입비용은 평균 1500만~1600만원이다. 여기에 무인카메라(CCTV) 등 인프라 구축비용, 관리비, 인건비 등 운영비용이 별도로 연간 1200만원 소요된다. 초기 설치 및 연간 운영 비용을 감안할 때 유안타증권과 삼성증권이 ATM 감축을 통해 줄인 비용은 각각 29억원, 11억원 수준이다.  이용 고객과 수수료 수입 감소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다. 증권사 고객들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만 갖고 있으면 현금입출금, 공과금 납부, 이체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객들의 ATM 이용률이 낮은 편"이라며 "전체 가동기기 39대 중 38대를 영업지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수입도 낮다. 증권사 고객들이 ATM 이용시 부과되는 수수료는 대부분 면제거나 건당 최대 800원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이 CMA 계좌 유치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ATM 설치가 본격화됐지만, 고객들의 외면과 비용 감축 문제로 '미운오리'로 전락했다"면서 "일각에선 자본시장법 이후 우후죽순 생겨나 정책실패라는 비판도 나온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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