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공사 직후 주변 도로 침하 한달간 60건...'제2롯데월드공사와 연관'....비판·의혹 제기 교수 주도 학회에 5억대 용역 발주해 '입막음' 논란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롯데월드몰 전경
제2롯데월드 내 저층부 건물인 '롯데월드몰'이 14일 개장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굴착 공사가 끝난 직후 인근 지역 도로 침하 현상이 한 달간 60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지반 침하에 따른 주변 지역 안전 문제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관련 의혹 제기·검증을 주도한 A교수가 주도하는 학회에 제2롯데월드 안전 점검 용역을 뒤늦게 추가 발주한 사실도 확인돼 적절성 논란도 일고 있다.1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제2롯데월드 건설을 위해 굴착 공사를 벌이는 동안 인근 송파 지역에서 발생한 도로 침하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땅파기 공사가 시작된 2010년 한 해 동안 송파 지역 도로 침하 건수는 225건으로 연평균 20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후 2011년 201건, 2012년 136건으로 각각 줄어들었다가 2013년에는 237건으로 다시 크게 늘어났다. 특히 굴착 공사가 마무리된 직후인 2013년 11월 한 달간 송파지역 도로 침하 건수가 60건으로 급증, 역대 최고에 달했다.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제2롯데월드 굴착 공사의 영향으로 인근 지반이 불안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제2롯데월드로 인해 석촌호수의 수위가 낮아지고 인근 지반이 침하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면서 지하 물막이 공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구역에서 '저렴한' 공법을 써 석촌호수 수위 저하를 자초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공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다른 곳엔 물막이 효과가 확실한 슬러리월 공법이 쓰여졌는데 석촌호수쪽 방향에는 비용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다른 공법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예상보다 지하수가 많이 새어 나와 결국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지고 논란이 일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지질 구조상 물이 많이 나오는 곳에 초고층 건물을 지으려면 물막이 수준이 아니라 방수까지 되는 수준의 공법을 써야 제대로 됐다고 볼 수 있다"며 "롯데 측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그런 것은 기업이니까 뭐라고 할 수 없고, 근본적으로 관리 감독을 못한 서울시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 측이 제2롯데월드 안전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하고 서울시의 검증 작업에도 적극 참여했던 A교수가 부회장으로 있는 대한하천학회에 5억원짜리 제2롯데월드 안전 점검 용역을 뒤늦게 발주한 사실도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학회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7월 말 학회 측에 5억원 규모의 제2롯데월드 안전 점검 용역을 맡겨 현재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팀이 내년 초를 기한으로 용역을 수행 중이다. 이에 대해 A교수는 "내가 정회원이나 부회장으로 있는 학회가 한두 곳이 아니다"며 "전문성도 충분히 있고, 제2롯데월드 안전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참여해달라고 해서 맡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용역을 맡을 때 절대 기업 측의 이해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연구·검증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A교수가 올해 초 제2롯데월드 건설에 따른 석촌호수 및 지하수위가 낮아진 사실을 밝히며 앞장서서 위험 경고를 보냈던 중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A교수는 용역 발주 후 "학회나 롯데 측의 압박이 심하다"고 주변해 호소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박인자 새누리당 의원이 이날 서울시 국감장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A교수는 7월 말까지는 "롯데월드 싱크홀(땅꺼짐)은 롯데월드 터 파기 공사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 직접 석촌호수 주변을 둘러보면 그곳말고도 석촌호수 이면도로 100m 정도, 호수 인근에서도 일부 도로가 2~3㎝ 깊이로 주저앉은 현상을 발견했다. 공사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되면서 지반이 침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해왔다. 특히 "제2롯데월드 주변에 싱크홀 전조 20~30개 더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진 건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이라고 적극 주장해왔다. 그러나 7월말에 대한하천학회가 용역을 수주한 후에는 말이 서서히 바뀐다. 8월 초나 중순부터 언론 인터뷰에서 "석촌동 싱크홀이 제2롯데월드와 관련이 없다"고 충분한 분석자료도 없이 오히려 잠실롯데월드 측을 옹호하는 듯 주장하기 시작했다. 잠실롯데월드 땅꺼짐 문제는 적극 거론하지 않았다. A교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건축·토목 분야 최측근 전문가 그룹의 리더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또 대한하천학회는 2010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교수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으며, 주로 하천 수질 보전·관리 등을 전공으로 해 제2롯데월드 관련 안전 전검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학회는 지난해 국감에서 서울시 발주 한강 보 철거 관련 용역을 수주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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