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숭례문 부실 복구, 석굴암 본존불 균열 등 문화재 보존관리 부실이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운데 문화재청이 추진했던 '문화재 특별 종합점검'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절기에 한정된 짧은 점검기간과 유지·관리 분야 전문가 없는 점검단 구성, 관리실태 조사 항목 부실, 엉성한 등급분류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10일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은 문화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할 결과 "특별 종합점검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계획 수립단계부터 실제 점검까지 졸속으로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은 특별 종합점검 계획을 발표하면서 사후 보수·정비 중심의 정책관성에서 탈피, 사전 예방적 관리시스템 정착을 촉진시키고 과학적 정밀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종합점검의 조사항목과 조사방법이 상당히 부실하다는 게 유 의원의 지적이다. 유 의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점검기간이 동절기에 한정됐다. 사계절 변화가 뚜렷한 환경임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1년의 기간을 두고 시행됐어야 한다"며 "제대로 된 점검이 되기 위해 문화재의 과거 이력을 확인해야 함에도 실측보고서, 수리보고서 및 관련 자료를 미리 검토하도록 하는 절차인 '예비조사'를 생략했다"고 꼬집었다. 정밀조사를 실시한 문화재도 전체 7393건 중에 72건으로 0.9%에 불과했다. 관리실태 분야는 조사 항목이 ‘청소 등 관리 상태’ 단 한 개로, 변화된 보존가치, 소유자·관리자와의 면담 조사, 관리 일지와 같은 일상 관리 현황과 관리 인원, 관리 계획 유무, 관리매뉴얼 유무 등에 대한 점검은 없었다는 분석이다. 점검단의 구성 문제도 지적됐다. 보수·정비와 관련된 분야의 학계인사로만 구성돼 유지·관리 분야의 전문가는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현장 실무전문가 (소유자, 관리자, 전문 관리단체, 기업)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점검 방법에서는 기본적인 장비를 사용해 계량데이터를 조사하도록 돼 있으나 이번 특별점검 조사표에는 계량데이터가 전혀 기록돼 있지 않아 육안조사와 조사자의 주관적 의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등급 분류 역시 엉성하긴 마찬가지다. A등급의 기준은 ‘최근 보수정비가 이루어졌거나 전반적으로 보존관리가 잘되고 있는 문화재’로 작성자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점검내용을 기록한 사진에서도 겨울에 실시한 조사인데도 조사서에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 사진이 첨부된 경우가 있어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유 의원은 “이번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과제 중 하나로 문화재 부실 관리 근절을 말하자 허둥지둥 실시한 졸속·부실 조사”라며 “수백, 수천 년을 내려온 문화재의 관리는 ‘대통령 보고용’이 아니라 후손을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