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신용카드·이동통신회사 등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천문학적 규모의 고객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르자 정부가 새 주민번호 체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핵심 현안인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번갯불에 콩 구어먹는'식의 초스피드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느림보 걸음을 거듭하고 있어 실제 새 주민번호 체계 도입 의지가 있는 지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이와 관련 안전행정부는 29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공동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주민등록번호 개선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새 주민번호 체계의 구성과 번호의 규칙성 여부에 따라 ▲ 규칙성 신규 주민번호 ▲ 무작위 신규 주민번호 ▲ 현 주민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 신규 주민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 규칙성 발행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등 6가지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행부의 이번 공청회는 지난해 신용카드 회사, 이동통신회사 등에서 대규모 개인 정보가 유출되고 이에 따른 고객들의 피해가 가시화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등록번호 제도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OECD 회원국가 중 유일하게 모둔 국민에게 획일적으로 고유번호를 부과하는 주민등록번호 제도가 IT 산업의 고도화와 함께 개인 정보의 보관 및 유출로 인한 피해가 심각해지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므로 시급히 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여론과 달리 정부는 '게걸음' 행보를 보이면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일단 안행부가 지난 2월 대통령업무보고 당시 주민등록번호 개편 검토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보고하면서 개편 작업이 시작됐지만, 정부는 7개월이 지난 현재 아직까지도 개편안 확정은 커녕 개편 여부에 대한 방침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다. 우선 이날 이례적 형식으로 열리는 공청회가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부 기관이 공식적으로 정책 입법을 위해 개최하는 공청회의 경우 단일안 또는 2~3개 대안을 놓고 찬반 및 보완여론을 수렴하지만, 이번 공청회는 6개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그마저 정식 대안이 아니라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는 게 안행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통령 업무 보고 이후 7개월이나 지난 후에도 아직까지 현실적인 정부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은 것은 매우 특이한 일이다. 추진 주체의 '의지'만 있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는 게 정부 안팎의 시각이다. 정부는 특히 아직까지 주민번호 개편에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만 할 뿐 아직 대략적 비용 추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안행부는 주민증 교체 비용 등 실무비 3000~4000억원 이외에 금융기관 등 민간에서 내야 할 시스템 변경 비용과 국민 불편 해소 등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또 이날 공청회에서 논의될 6개안 외에 '현행 체계 유지'도 여전히 검토 대상에 포함시켜 놓고 있는 상태다. 여차하면 그냥 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는 주민등록번호 개편 여부 및 방안을 한 차례 공청회를 더 열어 오는 연말에나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주민등록번호 개편 관련 정부의 행보는 최근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공무원연금제도 개혁안 추진과 대조적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박 대통령의 경제개혁3개년 계획 발표 후 개혁안 마련에 박차를 가해 이르면 연내 법안 처리 전망이 나올 정도로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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