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4500원+물가연동…'차도증세' 논란

정부가 담뱃값을 내년부터 4500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한 시민이 담배판매 표시문구 앞에서 담배를 비우고 있다.

복지부 칼(국민건강) 빌려 매년 2.8조 세수확보 '借刀增稅'내년 2000원 인상후 매년 물가연동 3%씩 올라 2015년 4500원 2020년 5217원 2025년 6048원 4500원+물가연동 세수효과 극대화의 최적화모델 내년 2조7천억 세수 늘고 매년 2020년까지 2조 이상 늘어 2000원 인상분 30%가 개별소비세, 곳간채운 기재부최경환, 담뱃값 올려서 더 걷은 세금, 안전예산에 쓰겠다 밝혀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정부가 내놓은 금연대책이 큰 반향을 일으킨 가운데 이번 대책의 숨은 승자가 기획재정부라는 평가가 관가에서 나오고 있다. 대책의 핵심은 담배가격을 당장 내년 1월 1일부터 2000원 올리고 이후 매년 물가에 연동해 매년 평균 3%씩 올린다는 것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앞장섰고 논란의 중심에서 섰지만 논란에 비껴선 기재부가 금연대책의 수혜자로 꼽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12일 기획재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4500원+물가연동'의 조합은 흡연율을 낮추면서도 세수효과는 극대화하는 최적의 모델로 꼽힌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분석한 담배가격대별 연간 추가 세수를 따져보면 3000원에서는 1조1000억원에 불과하던 것이 4000원은 2조5000억, 4500원에서는 2조7000억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5000원(2조6000억), 6000원(1조6000억원), 7000원(7000억원) 등으로 줄어들다가 7500원(-2조2000억원)부터는 마이너스로 돌아선다. 담배소비량도 2500원 기준 현재 연간 43억4100만갑을 기준으로 4000원까지는 30억갑(32억3400만갑)수준을 유지하지만 5000원(24억9600만갑)부터는 급락하고 8000원(2억8200만갑), 8238원에서는 제로가 돼 사실상 담배산업이 와해된다. 추가세수를 포함한 담배로 인한 총세수입에서도 4500원(8조4000억원)이 5000원(8조4000억원)과 함께 정점에 이른다. 4500원 인상만으로 정부는 향후 3년간 8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게 된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6조∼8조)과 맞 먹는다.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도 적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를 경우 담배 한 갑 가격은 내년 4500원, 2017년 4774원, 2020년 5217원, 2025년 6048원이 된다. 다만, 최근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은 점을 고려하면 담뱃값 물가연동제가 시행되더라도 당장은 가격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가능성이 크다.

[자료=조세재정연구원]

정부는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0.6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난해 한국의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1.3% 수준이었기 때문이다.조세연구원의 '4500원 인상+물가연동'의 방식이면 4500원에서 세금은 3334원(운송 및 비용마진 1166원 제외)이며 세금비율은 74%가 된다. 구체적으론 건강증진부담금(1170원),담배세(1165원), 지방교육세(583원),폐기물부담금(7원), 부가가치세(409원) 등이 된다.그런데 정부안에서는 개별소비세가 새로 생기면서 구조가 달라지게 됐다. 건강증진부담금이 841원, 담배세(1007원), 지방교육세(443원) 등 원래 모델보다 세금이 줄어드는 대신 개별소비세가 594원이 새로 붙는다. 개소세가 2000원 인상분의 30%를 차지하게 된다. 지방세로 구성되는 담배 관련 세금에 국세가 추가된 것인 데다 담배를 개별소비세 부과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다.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이나 용역의 소비에 대해 특정의 세율을 선별적으로 부과하는 소비세로 통상 낭비와 사치를 억제하고 국민이 건전한 소비 생활을 영위하도록 유도하고자 마련된 간접세다. 기존에는 고급 모피제품이나 골프용품, 승용차·휘발유 등 제품 소비와 경마장·카지노·요정 등의 입장에 부과해왔다. 정부는 기존의 담배 관련 세금이 지방세로만 편성돼 있어 종합적인 흡연억제정책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 불경제를 교정하고자개소세 도입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개소세는 저가 담배보다 고가 담배에 더 많이 부과되는 만큼 소득에 대한 역진성 문제를 해소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세수에 대한 활용방안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일단 추가세수는 안전예산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뱃세 증세로 늘어나는 세수를 소방 등 국민 안전과 관련한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뱃세 인상의 주목적은 흡연율을 낮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료=조세재정연구원]

개소세가 신설돼 국세는 늘지만 지방세는 200억원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담배소비세가 연간 1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흡연율 감소로 지방교육세가 12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담배가격 인상이 건강을 명분으로 한 우회증세, 복지부를 대신해 증세를 추진했다고 해서 차도증세(借刀增稅, 남의 칼을 빌려 세금을 올림)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민층 흡연자의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담배 관련 부담금과 세금 인상분은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일정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서민층은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러워지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층보다는 서민층의 흡연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서민층의 부담이 더 늘어나 역진세 논란이 발생한다.이에 대해 최성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흡연율과 흡연량은 대체로 저소득층이 높고 담배과세의 부담도 저소득층이 더 많다는 담배과세의 역진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담배과세와 담배가격 인상으로 인한 추가적인 세 부담에 있어서는 저소득층의 부담이 작았다"면서 "추가적 담배인상 시 담배과세의 역진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그러면서도 "저소득층의 낙(樂)이 되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되는 정서적 문제라든지 저소득층 담배소비가 보다 나쁜 질의 담배소비로 대체된다든지 하는 가능성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다"면서 "담배과세 역진성의 문제가 여전히 정서적 어필을 하는 경우는 담배세수를 저소득층을 위한 금연사업이나 건강증진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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