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체불 임금 대책 부실해 매년 1조원대 이상 발생...'적극적 단속 행정 및 제도 개선 급선무'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명절 때마다 정부가 체불 임금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나서지만 그때뿐이다.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들은 명절만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다. 철저한 단속과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추석, 설 등 명절만 되면 나오는 정부의 체불임금 청산 대책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형식적 탁상 공론에 불과해 체불임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야당 등 정치권 일부와 노동계에선 강력한 단속·처벌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추석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9월5일까지 2주간을 '체불임금 청산 집중 지도 기간'으로 정해 명절을 앞두고 근로자들이 체불임금을 받아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집중적인 활동을 펼쳤다. 고용부는 전국 47개 지방관서 근로감독관들을 총동원해 휴일까지 근무하도록 했고 고액·집단체불 등에 대해서 기동반을 만들어 대응했다. 악성 체불업주에 대해서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검찰과 협의해 엄정 사법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일시적 경영난으로 인한 체불임금 청산을 적극 지원하고 근로자 생계보호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특히 올해는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하여 적극적으로 체불 청산을 요구하지 못하는 재직근로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취약·위기 사업장'을 찾아가서 청산·지도했다.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체불임금 청산 대책에 대해 '명절만 되면 틀어 놓는 녹음기 같다'는 불만이 높다. 때만 되면 '강력 처벌' 등 엄포를 놓지만 매년 체불임금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부의 연도별 현황을 보면 체불임금은 2007~2008년 각각 8403억원, 9560억원 등 1조원 이하를 유지하다가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2009년 1조3438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1조원대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11년 1조874억원에서 2012년 1조1772억원, 2013년 12월 말 현재 1조1930억원 등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에도 16만6000여명이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으며 1월부터 7월까지 16만5997명의 노동자가 총 7827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매년 임금체불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평균 27만명, 체불금액은 1조2000억원대에 이른다. 이에 따라 정부의 좀더 적극적인 대응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현장 단속 인력(근로감독관)의 숫자를 대거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전국 47개 지방관서에 소속된 체불임금 담당 근로감독관은 수백명에 불과해 1인당 적게는 2000개에서 많게는 6000여개의 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실정이다. 또 2005년 법 개정으로 "적극적으로 불법을 저지를 의사가 없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반의사불벌죄' 제도 시행 후 악덕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더욱 약화돼 체불 실태도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악질적으로 고의·상습을 일삼는 악덕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임금체불 사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으나 징역형으로 처벌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임금체불액에 비해 극히 적은 액수의 벌금형으로 처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체불임금을 굳이 주지 않아도 불이익이 별로 없다는 점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힌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단순 명단 공개와 신용 제재를 넘는 강력한 처벌조항과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도 이행강제금 부과 및 지연이자 지급 확대, 악덕 사업주에 대한 신규채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입법이 진행 중이지만 표류하고 있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해 8월 최대 8000만원의 체불임금 지급 이행 강제금 부과, 지연이자 연 20% 지급, 악덕 사업주에 대한 구인신청·직업소개·직업정보제공 전면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한 근로기준법·직업안정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발의했지만 아직까지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한 노무사는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명절 때마다 정부가 나서겠다고 하지만 의지 부족과 제도적 한계 때문에 실질적으로 혜택을 보는 근로자는 드물다"라며 "특히 체불임금 지급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걸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개별 사건을 집중 처리하는 식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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