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이건호 중징계 결정…동반사퇴 할까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내분을 겪어온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두 사람 모두에게 '문책경고'의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당초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뒤엎은 것으로 향후 금융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만큼 KB금융 두 수장은 사퇴 압박을 받게 됐으며, 이번 징계를 놓고 당사자들의 반발, 제재의 적합성 및 투명성 논란 등이 빚어질 전망이다.금융감독원은 4일 주 전산기 교체 문제로 갈등을 빚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모두 '중징계(문책경고)'를 내렸다. 임원 징계 등 주요 사안에 대해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재심 결정 뒤엎은 배경은 = 당초 지난 6월 금감원은 금감원장 명의의 공문을 KB측에 보내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열린 금감원 제재심의에서는 이를 번복하고 두 사람에 대해 경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최 원장은 KB 두 수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미루고 '법률 검토'라는 카드를 꺼내 들고 장고에 들어갔다.제재심 결정 직후엔 두 최고경영자(CEO)의 경징계 확정이 유력하게 점쳐졌다. 그동안 제재심의 결정을 금감원장이 뒤집은 전례가 한 번도 없고, 이를 뒤엎을 경우 금융권 제재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그러나 최근 며칠새 이런 기류가 급반전 했다. 최 원장이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는 부담을 각오하고라도 이들 전부 또는 적어도 한 명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제재심 결정 직후 자숙은 커녕 직원 검찰 고발, 화합을 위해 마련된 템플스테이에서의 잡음 등 KB 경영진간 진흙탕 싸움이 더욱 격화되면서 금감원장이 통 큰 결단을 내려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다.최 원장은 이를 반영하듯 장고에 들어간 지 2주가 된 이날 금감원 제재심의 결정을 뒤엎고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최 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직무상의 감독의무를 현저히 태만히 함으로써 심각한 내부통제 위반행위를 초래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금융기관의 건전한 경영을 크게 저해했다"고 중징계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두 수장 동반사퇴 할까 = 중징계가 내려짐에 따라 이제 관심은 두 수장의 거취 문제로 넘어가게 됐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징계 수위는 주의, 주의적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경고 이상이 중징계로 분류되며, 3~5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이 때문에 금융권은 문책경고를 사실상 '사퇴 압박'의 의미로 보고 이 수위의 제재를 받으면 대체로 사퇴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문책경고를 받고 사퇴를 거부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기도 했다.물론 '문책경고'는 당연 사퇴 사유는 아니다. 현재 임기가 보장된다. 사퇴 문제는 본인과 이사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면 된다. 다만 금감원의 징계가 결정된 만큼 이 행장에 대한 제재는 곧바로 확정된다. 임 회장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 의결을 한번 더 거쳐야 한다. 금융지주회사 임원의 중징계는 금융위 의결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임 회장의 중징계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확정된다.다만 두 수장 모두 중징계를 받은 만큼 향후 조직을 관리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조만간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KB금융 노조는 두 사람 모두의 사퇴를 요구하며 퇴진 압력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금융노조는 "권력 싸움을 벌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향후 총파업 투쟁으로 반드시 금융산업에서 퇴출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이와 과련, 이 행장은 지난 1일 본인 거취와 관련 "거취를 포함해 모든 것을 이사회에 맡기겠다"며 "(이사들이)나가라고 한다면 나가겠다"고 말해, 이 행장의 사퇴 문제는 조만간 있을 이사회에서 결정나게 됐다.또한 두 사람이 중징계 조치를 거부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임 회장과 이 행장이 사퇴를 거부하고 법적 소송을 제기할 경우 KB 내분 사태는 장기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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