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머의 1온 '1번홀', 최다타수 '16번홀', 김주연 '벙커 샷 버디' 18번홀
체리힐스의 마지막 승부처 18번홀 페어웨이, 멀리 그린이 보인다.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울창한 숲에 숨겨진 사연 많은 코스"4일 밤(한국시간) 대장정에 돌입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오프 3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800만 달러) 격전지 체리힐스골프장(파70ㆍ7352야드) 이야기다. 1922년 한 자산가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인근에 조성했다. 설계가부터 남다르다. 당대 최고의 코스 디자이너였던 윌리엄 플린에게 당시로서는 거금인 4500달러를 지불하고 설계를 의뢰했다. 시네콕힐스 등 '미국 100대 골프장'에 10여개나 작품을 진입시켜 유명세를 떨쳤다. 바로 오늘날 핀의 시초인 '위커 배스킷(wicker basket)'을 디자인하고 특허까지 낸 장본인이다. 지금도 메리온골프장에서는 버드나무로 짠 바구니 모양의 독특한 핀을 사용한다. 휴 윌슨이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다가 양치기들의 먹을거리를 담던 바구니가 달린 막대기를 보고 메리온의 코스관리 책임자였던 플린에게 제안해 만들었다. 체리힐스는 '메이저 개최지'로도 유명하다. '미국의 내셔널타이틀' US오픈(1938, 1960, 1978년)이 세 차례, PGA챔피언십이 두 차례(1941, 1958년) 열렸다. 여자대회는 US여자오픈이 2005년 처음 펼쳐졌다. 92년의 유구한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숲이 압권이다. 무엇보다 정확한 샷이 요구되는 이유다. 1번홀(파4)부터 나무 사이로 좁은 페어웨이가 나타난다. PGA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팅 홀이다. 아놀드 파머(미국)가 1960년 7타 차 선두로 출발한 US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티 샷을 '1온'시켜 버디를 잡아낸 게 출발점이다. 당시 전장은 346야드였다. 4라운드 내내 1온을 시도했던 파머는 그러나 1라운드 파, 2라운드 보기, 3라운드에서는 더블보기를 기록했다. 파머는 그래도 유일한 US오픈 우승컵을 이곳에서 수집했다. 왼쪽으로 시냇물이 흐르는 15번홀(파3)을 지나면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마지막 3개 홀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레이 에인슬리가 1938년 열린 US오픈에서 무려 19타를 쳐 역대 한 홀 최다타수의 치욕적인 기록을 세운 16번홀(파4)이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공략법이 완전히 달라진다. 어색한 각도로 꺾인 페어웨이를 따라 호수를 넘기고 깊은 벙커도 피해야 한다. 아일랜드그린으로 조성된 17번홀(파5)을 지나면 드디어 마지막 승부처 18번홀(파4)이다. 국내 골프팬들에게는 특히 잊지 못할 명장면이 있다. 김주연(33)은 2005년 US여자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모건 프레셀(미국)과 공동선두를 달리던 상황에서 두 번째 샷이 깊은 벙커로 빠지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신기의 벙커 샷 버디'로 기어코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스코어는 3오버파, 여간 어려운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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