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기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2004년 10월 육군에서는 사상 초유의 인사비리 사건이 벌어졌다. 장성인사를 두고 청와대의 개입 의혹과 이에 대한 육군본부의 저항, 당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로 얼룩진 사건이다. 괴문서도 돌았다. 그해 육군 진급심사가 끝난 지 한 달 가량 뒤인 11월22일에는 장교 숙소인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문에 위치한 국방 레스텔 지하에서 육군 준장 진급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는 괴문서가 발견됐다. 군검찰은 '군 장성 진급비리 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인사검증위원회, 진급관리과 소속 장교 4명이 기소됐고, 이들 가운데 2명이 집행유예, 2명은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사건은 지금도 군인들 사이에서 안주거리로 술상에 종종 올라온다. "남 총장 밑에 있던 사람들이 다 진급됐는데 (이 과정에서) 비리 자료를 수집해 경쟁자를 탈락시켰다"며 "군 내부에 엘리트 사조직인 '나눔회'는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왜 10년이나 지난 사건이 다시 화제가 되는 걸까. 군 내부에서는 인사대상자를 두고 'ㅇㅇ라인', 'ㅇㅇ사람'이란 낙인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육군내부의 인사잡음을 보면 짐작이 간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은 류성식 육군 인사참모부장이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누락책임으로 징계위원회 회부결정을 받자 김규하 논산훈련소장과 교체하려고 했다. 여론의 뭇매에 결국 인사는 철회했지만 김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직신고를 한 지 4일만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도 된 지 하루만에 류 소장만 인사를 단행해 '자기 사람 키우기'란 의혹을 받았다. 김 총장이 연대장 시절 예하 대대장으로 같이 일했던 논산훈련소장을 핵심보직인 인사참모부장에 앉히려고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육군 내부에서 벌써부터 장군인사 잡음이 나는 걸 보니 허탈하기만 하다. 일주일 전만해도 윤모 일병 사망사건을 계기로 "반드시 개혁을 하겠다"며 국민들에게 믿어달라고 나섰던 장본인이 바로 육군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이라면 육군의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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