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골프' 국내 3승 후 미국행, 14경기 만에 '아메리칸 드림'
이미림이 마이어클래식 우승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그랜드래피즈(美 미시건주)=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는 내 운명."이미림(24ㆍ우리투자증권)에게 골프는 운명이었다. 광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던 아버지 이대성(59)씨는 "미림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골프선수로 키우기로 작정했다"고 했다. 골프연습장이 놀이터였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했다. 11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건주 그랜드래피즈 블라이드필드골프장(파71ㆍ6414야드)에서 끝난 마이어클래식(총상금 150만 달러)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생애 첫 승을 일궈내기까지 오랜 시간 집념의 도전이 이어진 셈이다. 이미림은 사실 이번 시즌 LPGA투어로 진출한 유일한 '토종스타'다. 2008년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10년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데뷔해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을 포함해 통산 3승을 거뒀다. 굳이 미국으로 건너갈 이유도 없었다. 국내 투어의 판이 커진 요즈음은 대다수 선수들이 미국행을 선호하지 않는 추이다. 이미림은 그러나 달랐다. 퀄리파잉(Q)스쿨 문을 두 차례 두드린 끝에 지난해 2위로 통과해 풀시드를 따냈다.상황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손목뼈에 금이 가는 바람에 남은 대회를 모두 포기하고 재활 훈련에만 집중했다.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에 Q스쿨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다행히 큰 문제가 없었다. LPGA투어에 입문해 세 번째 등판인 파운더스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불과 14경기 만에 우승컵을 품에 안아 기염을 토했다.172cm의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호쾌한 드라이브 샷이 주무기, 여기에 컴퓨터 아이언 샷까지 장착했다. 무엇보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투지가 남다르다. 부모 역시 여느 선수들처럼 미국 정착을 돕기 위해 매 경기를 따라 다니지는 않는다. 딸을 믿고, 모든 결정도 딸에게 맡긴다. 9살 터울의 언니 이지훈(33)씨가 투어에 동행하는 유일한 가족이자 매니저다. 아버지는 "우승이 확정되자 큰 딸이 울면서 전화가 왔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으로 진출한 이후 퍼팅 감각이 아주 좋아졌다"며 "최근 한국에서 2경기를 뛰고 돌아가 애를 먹었고, 다시 그 감을 찾느라 고생했는데 빨리 결실을 맺었다"며 그동안의 애타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미림은 '아메리칸 드림'에 도전하는 한국낭자군의 또 다른 성공모델이다.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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