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미뤄 토익·인턴 등 '스펙' 쌓기가 어느 정도 효과 있다는 결과…그러나 노동시장 진입 연령 상승 등으로 사회적으로는 비효율 초래…졸업생에 대한 채용차별 없도록 정책적 유도 필요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 대학 졸업을 미룰수록 질 높은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이에 편승한 '졸업유예'의 지속적 증가에 따른 사회적 손실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지난 30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 실태와 노동시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7~2011년 30세 미만의 4년제 대학 졸업생 5만4357명의 직업이동경로를 분석한 결과 일반졸업자(8학기)보다 9학기 이상 학교를 다닌 졸업유예자가 원하던 직장에 고용될 확률이 5.9% 높았다. 전체 졸업유예자의 고용률은 76.3%로 일반졸업자(75.7%)와 두드러진 차이가 없었지만, 선망직장 고용률은 졸업유예자가 31.3%로 일반졸업자보다 5.9%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월평균 임금은 졸업유예자가 221만원으로 일반졸업자보다 26만원가량 많았고, 비정규직 비율도 일반졸업자(33.4%)보다 5.7%포인트 낮아, 졸업유예가 취업의 질적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졸업을 미루고 토익 고득점 취득이나 인턴 경험 등을 통해 '스펙'을 쌓는 것이 선망직장에 취업하는 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결과라서 주목된다.그러나 실제로 졸업을 미루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구체적인 계획과 목표에 의해 유예를 결정한 경우도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이나 사회적 인식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학교에 적을 둔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도 크다. 서울 A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모(26·여)씨는 4학년까지의 모든 학점 이수를 마친 '수료' 상태로 졸업을 1년 반째 미루고 있다. 김씨는 "취업 문 자체가 좁아져 기업의 선발 기준은 높아지는데 4년간 학교 공부를 하면서 취업에 맞는 역량(스펙)을 함께 키우는 건 사실상 힘들다"며 "학점관리도 해야 하니 학업은 학업대로 하고, 취업만을 위한 준비는 유예기간을 두고 따로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1년가량 유예하는 경우는 일반적"이라며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졸업예정자'로 지원에 제한을 두는 경우가 많아 졸업과 동시에 취업에 성공할 만한 자신이 없으면 쉽게 졸업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공고를 낼 때 '졸업 예정자'로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둬 기졸업자들은 지원 자체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학 졸업 후 바로 직장을 못 잡고 일정 기간을 보냈다는 건 '상대적으로 능력이 처진다'고 판단할 만한 시그널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몇천 명의 지원자가 몰리는데 기졸업자들에 대해 '졸업을 하고 무엇을 했느냐'까지 고려하기 쉽지 않기에, 졸업예정자로 지원자를 제한하게 된다는 해석이다. 졸업을 유예한다고 해서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없지는 않다. '기졸업' 상태여도 특별한 불이익이 없는 직장을 목표로 둔 경우, 취업을 미룰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일단 합격하는 곳에 바로 취업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웬만하면' 졸업을 조금이라도 미루는 데 동조하는 분위기다. B대학에서 졸업을 2년째 유예하고 있는 한 학생은 "먼저 졸업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졸업을 바로 해버리는 것보다 어느 정도 미루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다"며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라도 졸업을 덜컥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졸업유예자가 계속 늘어난다면 노동시장 진입 연령이 높아지고, 졸업유예 기간 동안 지출되는 각종 비용이 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는 비효율성을 초래하게 된다는 우려의 시선도 많다.양정승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기업 채용과 관련한 다른 차별 요소들에 비해) 기졸업자와 졸업예정자를 구분 짓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는 아직 조성이 덜 된 상황"이라며 "졸업생에 대한 채용차별을 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적 유도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연구위원은 "이는 넓은 의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며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손실을 줄이는 목적에서 기졸업자를 차별하는 취업시장의 분위기가 자정되고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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