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아빠' 송영진의 끝나지 않은 비행

36세 송영진, 젊은 선수들 제치고 자리 지키는 비결

송영진[사진=아시아경제 DB]

[수원=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숙소 다녀올게.” 또다시 '기러기아빠'다. 정규시즌 준비로 한동안 집에 갈 수 없다. 문 앞까지 마중을 나온 아들. 이전 같지 않다. “아빠, 잘 가!” 하더니 냉큼 방으로 들어간다. 송영진(KT)의 한 주가 무겁게 시작된다.아쉬움은 체육관에서도 지워지지 않는다. “몇 년 전만 해도 가지 말라고 매달렸는데.” 알고 보니 ‘초보 아빠’다. 대화를 엿듣던 반준수 홍보차장이 말한다. “그리움이 남자답지 않게 드러날 수 있어 일부러 숨기는 거야.” 직업군인을 아버지로 둔 그의 설명에 송영진은 조금씩 밝아졌다. “그럼 더 열심히 뛰어야겠네.” 이미 모범적인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36세에도 젊은 선수들을 제치고 자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 지난 5월 15일에는 KT와 2년간 보수 2억 원(연봉 1억5000만 원, 인센티브 5000만 원)에 재계약도 했다. 전창진(51) 감독은 “팀의 기둥이 남아줘 전력에 누수가 없다”고 했다. 동기들과 사뭇 다른 입지다. 함께 프로에 입문한 김승현(36), 황진원(36), 전형수(36) 등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코트를 떠났다. “착잡하다. 혼자 뛰려니 마음이 휑하다.” 그는 장수의 비결을 말하길 주저했다. “나 혼자 열심히 뛴 것이 아니다. 동기들도 열심히 했다. 감독 잘 만난 덕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그들도 좋은 감독 밑에서 농구를 했다.”배려와 깊은 생각은 지금의 송영진을 만든 힘이다. 2009년 5월부터 KT 지휘봉을 잡은 전 감독은 많이 뛰는 농구를 지향한다. 유기적 호흡을 바탕으로 한 팀플레이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득점을 해도 약속된 플레이가 아니면 채찍을 들 정도다. 송영진은 전 감독의 농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다. “농구는 팀 경기다. 선수 간 호흡만 좋으면 스타가 없어도 무난한 성적을 낼 수 있다.”

송영진[사진=아시아경제 DB]

이런 농구를 하려면 광대역으로 많이 뛰어야 한다. 송영진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무릎이 망가졌다. 양 쪽 모두 수술을 받았다. 훈련 뒤 항상 물리치료를 받는다. “구단에서 치료를 가장 많이 받을 거다. 제일 먼저 치료실에 들어가 꼴찌로 나온다.” 그만큼 그는 혹독하게 훈련한다. 매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단련하고, 수원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을 뛰며 체력을 기른다. 코트 연습도 열외를 하는 법이 없다. 송영진은 지난 시즌 마흔아홉 경기에서 평균 24분42초를 뛰었다. 성적은 평균 6.1득점 3.1리바운드 1.7도움. 플레이오프 여덟 경기에선 평균 9.9득점 3.1리바운드 1.4도움을 기록, 팀의 4강 진출에 일조했다. “후배들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많은 기회를 만들어준 덕이다. 시즌 전만 해도 팀플레이가 맞지 않아 꼴찌를 할 것 같았는데 우려를 지워줘서 고맙다.” 그는 “결국 나부터 잘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야 후배들도 요령을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열심히 뛰어야 할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가족이다. 송영진은 “아들 윤상이가 겨우 일곱 살이다. 뛸 수 있을 때까진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작 가족은 농구에 관심이 많지 않다. “윤상이는 경기장에 와도 전반만 보고 나간다. 벌써 키가 130cm를 넘는데도 농구에 관심이 없다. 아내는 연애 때부터 농구를 잘 몰랐고.” 하지만 그에게는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간섭이 없으니 남들보다 농구를 편하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게 장수 비결일지도 모르겠다.(웃음)”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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