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격추 미사일 누가 쐈나‥서로 상대 지목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분리독립을 놓고 전투를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친(親)러시아 반군이 서로 상대방이 미사일을 발사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켰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AFP와 이타르타스 등 통신에 따르면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7일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사고나 재앙이 아니라 테러 행위"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은 "정부군은 이날 공중 목표물을 향해 일절 공격을 하지 않았다"며 반군에 혐의를 돌렸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여객기 사고 당시 우크라이나 전투기는 상공에 없었으며, 여객기는 우크라이나군의 지대공 미사일 타격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 "반군 격추" 도청 vs "무기 없어" = 내무장관 고문인 안톤 게라셴코는 "여객기가 (친러시아) 반군이 발사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도네츠크주 분리주의 반군 지도자 이고리 베즐레르가 러시아군 정보장교에게 반군이 말레이시아 항공기를 격추했다고 말하는 전화통화를 도청한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베즐레르는 러시아 정보기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퇴역 중력으로 지난 3월 크림사태 당시 현지에서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는 활동을 한 뒤 도네츠크 분리주의 세력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도청 자료는 반군 군인들 간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반군 부대가 여객기 추락 지점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지점에서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반군 측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는 우크라이나 정부 소행이라고 반박했다. 도네츠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알렉산드르 보로다이 총리는 "반군에겐 상공 10㎞ 지점의 항공기를 격추할 무기가 없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이 보유한 로켓은 상공 3㎞밖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푸르긴 제1부총리는 "여객기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도네츠크주에 인접한 루간스크주 분리주의자들이 자체 선포한 루간스크인민공화국은 우크라이나 공군기가 여객기를 격추했다며 도네츠크 반군의 주장을 지지했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공보실은 "여객기가 비행하는 것을 지켜본 목격자들이 우크라이나 공군 전투가가 여객기를 공격했고 여객기가 두 동강이 나 떨어지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 부크 미사일 발사 가능성= 군사 전문가들은 상공 10㎞ 지점의 목표물을 격추하려면 방공 미사일 S-300이나 SA-11 개드플라이 중거리 대공미사을 발사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미사일 모두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다. SA-11 개드플라이는 부크라고도 불리며 트럭에 얹어 이동시켜 최고 고도 25㎞에 있는 목표물까지 격추할 수 있다. CNN 방송은 한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추락하기 직전 지상에서 지대공 미사일용 레이더의 가동이 탐지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투기가 여객기를 공격했다는 루간스크인민공화국 측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타르타스통신은 소식통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보유한 부크 미사일이 하루 전 도네츠크 지역으로 이동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여객기 격추와 연관됐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반면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수송기로 오인해 격추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도네츠크 반군의 이고리 스트렐코프 사령관은 이날 "우리는 방금 안토노프(An)-26 수송기를 토레즈 근처에서 떨어뜨렸다"는 글을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소셜미디어 사이트인 VK닷컴에 올렸다. 토레즈는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추락한 지점 인근에 있다. 앞서 반군은 지난달 14일 우크라이나 동부 상공에서 정부군의 An-26 수송기를 격추해 여기에 타고 있던 군인 49명을 몰살시킨 바 있다. 미국 군사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 여객기가 부크 미사일에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군 퇴역 장교인 찰스 헤이먼은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정부의 정밀한 항공관제 레이더는 민간 항공기를 구별할 수 있지만 부크 미사일의 전투 레이더는 항공기가 있다는 것만 표시한다"고 말했다. 반군 세력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정부군의 수송기로 오인해 부크 미사일을 발사했을 수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언이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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