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상환유예' 결론…팬택 사태 진정 국면(종합)

팬택 사옥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이동통신사가 팬택이 제시한 1800억원 매출채권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긴박했던 팬택 사태는 해결 쪽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위기'가 유예된 기간 동안 팬택이 어떤 자구노력을 펼칠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1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5일 팬택이 제안한 1800억원 매출채권의 2년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사실상 결론을 내렸다. KT와 LG유플러스도 SK텔레콤과 같은 방향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통사들의 상환유예안 수용 의사는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이날 중 채권단에 전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출자전환에 대해서는 결과적으로 확고한 거부 의사를 표명했지만 상환유예를 검토하면서부터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진 게 사실"이라며 "상환유예 수용 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그간 채권단이 이통사들에 요구한 출자전환안은 출자전환 후 주요주주로서 갖게 되는 추가 지원 등에 대한 부담감이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이통사가 침묵하면서 채권단이 움직이지 않아 팬택이 법정관리(기업회생작업)를 신청하게 되면 이통사들의 채권 회수율은 10%도 안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상환유예안을 받아들이면 채권자로 계속 남을 수 있다. 8만명에 달하는 팬택과 관계사를 외면했다는 부담감 역시 덜어내면서 국내 휴대전화 제조3사의 균형을 유지해 협상력 감소 우려도 줄일 수 있게 된다.채권단은 이통사들의 상환유예 동의 의사가 전해지면 내부 논의를 거쳐 최종 회생안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일 이뤄진 팬택 정상화 방안 채택 결의가 이통사들의 출자전환을 전제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출자전환을 상환유예로 바꾼 수정안에 대한 각 채권은행의 동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채권은행들 입장에서도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단말기 유통구조상 이통사들이 마음을 돌려 팬택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당장 현금이 들어올 곳이 없어 법정관리도 아무 소용이 없다"며 "채권은행들도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보다는 시간을 버는 쪽으로 의견을 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이통사들이 사실상 팬택의 상환유예 제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팬택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채권단의 정상화 방안이 시행되면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팬택은 일단 한시름 놓게 된다. 그러나 이통사 채권의 2년 상환유예는 결국 2년 후로 위기를 늦췄을 뿐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다. 상황이 원활히 진행돼 채권단의 워크아웃이 재가동된다 해도 이후 더욱 강도 높은 팬택의 자구책 마련이 필요한 것이다. 이준우 팬택 대표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전략의 차별화가 부족했음을 인정하면서 "향후 국내시장에서의 전략 차별화를 통해 일정한 점유율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완전히 다른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현재 내수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이 아니라 품질과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제품들과 겨룰 수 있는 보급형 제품들을 개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어떤 전략 차별화일지 명확한 제시가 필요하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작은 삼성'을 지향할 것이 아니라 통신사별 소비자 특성에 맞춘 특화 제품을 내놓겠다든지 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설득력 있는 계획을 시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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