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애인 의족 파손도 ‘근로자 부상’ 인정”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보상 받을 가능성 열려…장애인 권익 진전한 판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장애인의 의족이 업무 과정에서 파손될 경우 업무상 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박보영)는 양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양씨는 1995년 오토바이 사고로 우측 슬관절 위쪽 다리를 절단한 뒤 의족으로 생활했다. 그는 2009년 아파트 경비원으로 입사해 근무했고 2010년 12월 아파트 어린이놀이터 제설작업 중 미끄러져 넘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양씨는 ‘우측 의족 파손’의 상병을 입었다는 이유로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요양급여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족을 장착해 생활해 온 근로자의 업무상 사고로 발생한 ‘우측 의족 파손’이 근로자의 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서울고법 행정8부(부장판사 김인욱)는 2012년 8월 2심에서 ‘근로자의 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사유와 무관하게 상실된 신체 부위의 보조를 위해 이미 착용하고 있는 보조기가 업무상의 사유로 파손됐을 때 이를 업무상 부상으로 보아 요양급여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규정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이 달랐다.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부상의 대상인 신체를 반드시 생래적 신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면서 “의족 파손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을 경우 장애인 근로자에 대한 보상과 재활에 상당한 공백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의족은 단순히 신체를 보조하는 기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인 다리를 기능적·물리적·실질적으로 대체하는 장치”라면서 “업무상 사유로 근로자가 장착한 의족이 파손된 경우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 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했다는 데 이 판결의 의의가 있다”면서 “의족 등이 파손된 경우 요양급여의 대상인 근로자의 부상 범위를 정하는 데 중요한 해석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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