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어제 금융산업 규제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 규제 3100개를 점검해 1700여개로 추린 뒤 그중 711개를 완화ㆍ개선한다니 대단한 작업이다. 금융소비자의 불편 해소, 금융사의 영업활동 및 기업금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한 규제개혁의 제1탄이다. 711개란 항목 수 못지않게 눈길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하나의 계좌에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여러 금융상품을 관리하면서 세제 혜택도 받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가 2016년 도입된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범위가 넓어지고, 금융거래 때 요구하는 문서가 간소화된다. 행정규제야 바로 없애거나 바꿀 수 있지만 법령 개정사항도 상당수다.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국회와 협조해 절차를 순조롭게 진행해야 한다. 규제를 풀었다고 금방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금융소비자가 편리해지지는 않는다. 관건은 금융사와 금융인의 실천과 윤리의식이다. 당국으로선 규제를 푼다고 풀었는데 금융사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규제완화 틈을 타 사고를 치거나 고객에게 피해를 입히면 규제를 왜 풀었느냐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우리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허약한 게 과연 규제 때문만인가. 신용보다 담보 챙기기, 예대마진 따먹기 등 손쉬운 장사에만 몰두해온 은행은 저금리 속 집값이 떨어지자 허둥댄다. 위탁매매 수수료에 목매는 증권사는 주식거래량이 줄어들자 비명을 지른다. 보험사도 장차 금리가 떨어질 줄 모르고 2000년대 초반 많이 팔았던 고금리 저축성상품 때문에 고전 중이다. 금융사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모든 업무를 할 수 있게(유니버셜 뱅킹) 허용한다지만 교포와 현지 진출 기업을 중심으로 장사해온 실력으로 얼마나 해낼까. 정부는 금융산업을 관치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더 이상 낙하산 인사로 물을 흐리지 말라. 금융사도 당국이 떡 하나 더 주길 기다리지만 말고 새로운 상품과 금융기법을 찾아내야 한다. 연구개발 비용을 아끼지 말라.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규제개혁 방안을 80점으로 평가했다. 더 개혁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매년 9월을 '금융규제 정비의 달'로 정해 1년 주기로 규제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괜찮은 방법이다. 금융규제의 수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당국과 금융사,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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