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임, 여전히 구태 벗어나지 못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KBS 적폐((積弊)가 심하다. 9일 또 하나의 '적폐'가 쌓였다. 이날 늦은 저녁 여의도 KBS 본관. 11명의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표결에 들어갔다. 조대현 전 KBS 부사장이 과반을 넘는 6표를 얻어 확정됐다. KBS 이사회는 여당 추천 7명과 야당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 시스템으로는 사장 선임에 정치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조 후보자는) 김인규 전 사장과 함께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시킨 김인규 체제의 핵심인물"이라며 "KBS 프로그램을 망친 장본인"이라고 평가했다. 길환영 사장이 물러난 뒤 새노조는 '제2의 길환영'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다수제 도입과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반 득표인 현재의 사장 선임방식을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바꾸자는 것이 특별다수제이다. 정치적으로 맞서면서 입장차가 뚜렷한 이사회에서 벗어나 사장추천위원회를 만들어 보다 객관적 선임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런 KBS 조직원들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무시되고 말았다. 조 전 부사장이 최종 후보로 선정되자마자 새노조가 '조대현, 제2의 길환영이 될 것인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에서 KBS의 '적폐'가 엿보인다. 이사회의 사장 선임 방식은 법적 근거를 갖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민과 KBS 조직원들이 반대한다면 이 관행은 바뀌어야 하는 게 맞다. 새노조는 KBS 개혁을 위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사장 취임 1년 뒤 신임평가 실시, 주요국장 임명 동의제, 부당인사 원상회복, KBS 내부 갈등해소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장이라면 '파업도 블사하겠다'고 했다. KBS는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사기업이 아니다. 11명의 이사가 사장을 과반으로 선정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KBS는 '권력의 쳇바퀴'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한다. 누군가의 말처럼 KBS의 '적폐'이다. 국민의 눈이 두렵다면, 국민을 위한 방송을 하겠다면 당장 이 'KBS 적폐'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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