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기자
삼청동문 각자바위 전경<br />
건물 사이에 가려져 관광객은 물론 주민들도 그 의미를 쉽게 알지 못했지만 종로구가 나서 각종 자료를 조사하고 고증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었다. 번화한 상점가에 가려 지금은 잘 보이지 않는 각자바위를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주변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인왕산 명소인 ‘백호정’에서는 한석봉의 뒤를 잇는 명필로 알려진 엄한붕의 글씨를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무인들의 활터였던 백호정은 병든 흰 호랑이가 활터 옆 작은 샘에서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약수를 마실 수 없지만 무인들이 활을 연마하고 호랑이의 병도 낫게 했던 백호정의 기운은 바위에 새겨진 글씨와 함께 남아 있다. 돈의문 뉴타운 공사가 한창인 월암근린공원(송월동 1-2) 바위 사면에는‘월암동’이 있다. 1656년 (효종 7년) 승정원일기에는 ‘돈의문 밖에 월암’이라는 기록이 있어 지명의 유래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글씨를 쓴 사람에 대한 기록은 없지만 필체가 중선 중기 이후의 글씨체로 추정되고 조선시대 문집과 고지도 등에서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변 지역이 돈의문 뉴타운 개발 지역으로 지정돼 공사가 한창인 만큼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자료의 보존을 위해 문화재 지정이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이번 각자 바위의 문화재 지정으로 문화재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문화재 지정은 궁궐, 사당, 가옥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최근에는 지역성과 장소성을 가진 곳들도 그 의미를 인정받게 됐기 때문이다.월암동 각자바위 전경<br />
새롭게 지정된 곳들 외에도 ▲백사 이항복 집터(필운동 산 1-2)에 위치한 ‘필운대’(弼雲臺, 서울 문화재자료 9호) ▲우암 송시열 선생의 집터(성균관로17길 37)에 남아 있는 ‘증주벽립’(曾朱壁立, 서울시 유형문화재 57호) ▲조선시대 대표적 유적지인 백석동천(세검정로6길 98)안에 위치한 ‘백석동천’(白石洞天, 명승 36호) 등 각자바위가 이미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종로구는 문화재로 등록된 각자바위 외에도 옥호정 터(삼청로9길 17) 내의 일관석(日觀石)과 자하문 터널 위족에 위치한 백운동천(白雲洞川) 등 각자바위의 문화재 지정 가치도 검토 중이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선조들이 남긴 다양한 흔적들이 문화로 지정돼 보존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앞으로도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문화재 보존에 힘써 과거와 미래를 이어나가는 종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