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신범수 차장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지난해 6월27일 박근혜 대통령이 첫 중국 순방길에 오르던 날 본지는 한중 정상간 공동성명에 '북핵불용(北核不容)'이란 단어가 명문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지 못했지만 중국이 분명한 표현을 사용해 북한을 압박해주길 기대했던 우리 외교팀은 베이징 출발 당일까지도 북핵불용 명문화를 순방 최대 목표로 설정하고 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리 기대만큼 화끈하지 못했던 것은 평양에 마지막 기회를 주려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정확히 1년이 지나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찾는다. 달라진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과 중국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계기다.기회를 얻었던 북한은 기대에 부합하기는커녕 일본과 손을 잡고 중국을 자극하고 있으며,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찾는 시 주석은 자신의 입으로 북핵불용이라 외칠 태세다. 서울에서 한중 정상이 일본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군사대국화에 대한 경계심을 표현하는 것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커다란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어느 때보다 긴밀해진 한중관계를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내달 3일의 한중 정상회담은 박근혜정부의 커다란 외교적 성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상호의존도가 높은 양국 경제관계를 발전시킬 논의도 진행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3월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안에'라고 했고 시 주석은 '협상을 가속화하자'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FTA 타결에 중대한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원-위안화 직거래 시장 개설도 가시화 단계에 들어간다. 우리 정부는 늘어나는 한중 교역량에 적절히 대응하고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직거래 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더욱 적극적이라 이번 회담 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중 밀월관계가 더 긴밀해지는 것을 즐기고만 있을 여유가 우리에게는 없다. 중국의 팽창을 경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찾아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간 것이 불과 두 달 전이다. 시 주석이나 오바마 대통령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들이 한국을 찾는 것 자체에서 우리는 이미 양자택일의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박 대통령은 충돌하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며 실리를 극대화하는 '균형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균형외교는 그러나 어느 쪽에게도 확답을 주지 못하고 끌려 다니는 '눈치외교'로 전락할 위험을 지닌다.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친구로 두는 것이 다른 교우관계의 훼손을 전제로 한 것이라면 이는 실패한 외교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중 정상회담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외교적 장면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국내로 눈길을 돌리면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는 세월호 참사와 연이은 인사실패로 급락한 국정지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특정 외교성과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전혀 별개의 내치 문제에까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시진핑은 시진핑이고 문창극은 문창극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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