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숙 기자] 이번 6·4 지방선거에선 과거의 선거들에 비해 후보 난립을 찾아보기 어렵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결정하면서 무려 8명의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남 하동군수 선거를 그나나 꼽을 수 있는 정도다. 이번 선거의 평균 경쟁률은 2.3대1로 역대 최저치다. 후보 난립이 줄어든 데는 ‘경선’이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야는 이번 선거에서 ‘상향식 공천’과 ‘개혁 공천’의 이름으로 당내 경선을 거쳐 후보들을 선출했다. 경선이 후보 난립을 미리 막는 일종의 교통정리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경선방식 탓에 정치신인들이 선거판에 발 조차 들여놓지 못하는 부작용도 낳았다. 선거일정에 쫒긴 나머지 국민참여선거인단 경선 대신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한 지역의 경우 대부분이 현역 단체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후보 면면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인지도마저 현역단체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정치 신인들에게 이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은 당 내부에서도 예견했던 일이다.경남도내 18개 시·군 단체장 경선에서 새누리당 소속 현역 단체장이 출마한 곳은 모두 10곳. 이중 단독출마로 무경선 지역이 된 창녕군을 제외하고 9곳에서 경선이 치러졌는데 모두 현역 시장·군수가 선출됐다. 대구·경북 29곳 가운데 현역 단체장이 출마한 22곳도 1곳을 빼고 모두 현역들이 싹쓸이했다.인천도 예외가 아니다. 무소속으로 후보등록을 했다가 지난 20일 사퇴한 서구청장을 제외하고 군·구 10곳 중 9곳에서 현직 기초단체장이 출마했다. 새누리당 소속의 조윤길 옹진군수, 김홍섭 중구청장은 모두 이번 선거에 처음 출마한 정치 신인들을 여론조사 경선에서 물리쳤다. 게다가 이들 구청장은 각각 3, 4선에 도전하는 정치 베테랑들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연상될 수밖에 없다. 김 구청장의 경우를 좀더 들여다보면, 새누리당은 당초 그의 과거 전과경력을 이유로 경선 대상에서 제외했다가 재심에서 구제해줬다. 공천신청한 후보를 검증은 해야싶어 1차에서 ‘컷 오프’의 칼을 들이댔지만 아무리봐도 상대 후보를 이길 당선용으로 김 후보가 적격이라는 판단했을테고, 이때부터 경선은 이미 형식적이었음을 짐작케한다.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의 박우섭 남구청장, 홍미영 부평구청장, 박형우 계양구청장은 단수공천으로 출마자격을 얻은 후보들이다. 같은 당의 공천 신청자가 있었지만 지난 4년간의 구정운영 평가와 상대 후보와의 경쟁력 면에서 이들이 월등한 점수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고남석 연수구청장도 100% 여론조사 경선을 통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2명의 후보를 눌렀다. 단수공천이든 경선이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선거는 현역 정치인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상향식 공천제’를 도입하고도 100% 또는 50%를 여론조사에 의존하는 경선방식이나, ‘공천 개혁’을 말하고도 현직 프리미엄을 등에 업는 단수공천 비율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정치 신인들은 본선무대조차 밟기가 쉽지않을 것이다.“경선에서 탈락하면 다시 출마할 수도 없는데, 우리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경선에서 현역 단체장을 이길수 있겠어요?”. 경선의 벽이 너무 높다는 정치신인들. 과거 당 지도부가 경쟁력있는 후보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던 ‘전략공천’과 지금의 공천방식이 무슨 차이점이 있냐는 이들의 푸념을 각 당이 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박혜숙 기자 hsp066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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