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주역 임오경 '챔프전에서 이름값 하겠다'

국내 핸드볼 실업팀 최초 女 감독…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 15일부터 인천시청과 챔프전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사진 제공=서울시체육회]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우생순의 주역' 임오경 서울시청 감독(43)은 감독 경력 20년의 베테랑 지도자다. 한국체육대학 졸업 직후인 1994년 3월 일본 핸드볼 히로시마 이즈미(현 히로시마 메이플레이즈)에 입단해 1996년 5월부터 플레잉감독을 맡았다. 당시 그의 나이 스물 넷, '한국 출신 최연소 감독'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물론 기량도 출중했다. 2008년 3월까지 14년 동안 일본에 머물며 팀을 여덟 차례나 정상에 올려놨고, 1996년부터 2003년까지는 8년 연속 리그 우승이라는 신기록도 수립했다. 지금은 국내 핸드볼 실업팀을 이끄는 최초의 여성 지도자다. 2008년 7월 3일 서울시청 팀 창단과 함께 사령탑에 올랐다. 어느덧 6년, 일찍이 국내 스포츠에서 여성 지도자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적은 없었다. 여자 프로농구 최초의 이옥자 전 KDB생명 감독(62)은 성적 부진 속에 2012~2013시즌만 팀을 이끌었고, 여자 프로배구의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61ㆍ2010~2011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임 감독은 지난 6일에는 새로운 역사도 썼다. 2014 SK핸드볼코리아리그 여자부 정규리그에서 12승1무1패로 창단 이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시청이 2011년 핸드볼코리아리그 출범 첫 해에 거둔 성적은 7개 팀 가운데 5위(3승2무7패). 2012년과 지난해에는 8승2무4패와 11승10패로 각각 4위로 상승했다. 조금씩 가속도를 붙여 창단 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라는 대업을 달성한 셈이다. 임 감독은 "여성 지도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임 감독의 리더십은 '외유내강(外柔內剛)'이 출발점이다. 코트 밖에서는 선수들의 자율에 맡기고, 여성스러움도 강조한다. 남자친구를 사귀라고 주문하고, 화장과 염색 등을 권한다. 쉬는 날에는 외출해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라고 강조한다. "경기장 밖에서까지 운동선수일 필요가 없다"는 소신이다. 하지만 코트에서만큼은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선수들이 입을 경기복과 훈련복 디자인까지 직접 챙기는 세심함을 보이다가도 공을 잡았을 때는 눈빛부터 달라진다. "운동선수에게는 반드시 스파르타식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임오경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사진 제공=대한핸드볼협회]

훈련에 들어가면 고참급 선수들에게 먼저 솔선수범을 강조한다. 고참들이 한 발 더 뛸 때 마다 선수단 전체에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임 감독은 "언니들의 노력만큼 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는 없다"며 "선수생활 자체를 즐길수 있도록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경기에서는 결과로 말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팀 컬러"라고 소개했다. 사실 일본에서의 화려했던 생활을 뒤로 하고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고민이 많았다. 신생팀 감독은 임 감독에게 새로운 시작이자 도전이었다. 오랜 외국생활에서 오는 외로움과 한국 핸드볼 발전이라는 책임감이 결국 감독직 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에 돌아오기로 했을 때 나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다"며 "그래서 더욱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는 카리스마와 상황에 따른 판단력,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필수적으로 꼽았다.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나 자신부터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임 감독은 "그래서 늘 한 발 앞서 준비해 지식과 현장 경험을 잘 접목시킨 지도가가 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임 감독은 15일 서울 SK핸드볼경기장에서 인천시청과 핸드볼코리아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에 돌입한다. 3전 2선승제 방식이다. 2·3차전은 17일과 18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서울시청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했고, 인천시청은 11일 플레이오프에서 원더풀 삼척을 28-22로 꺾고 올라왔다. 상대전적은 1승1무, 서울시청의 우세다. 1라운드에서는 23-22 1점차로 이겼고, 2라운드에서는 27-27로 비겼다. 인천시청은 그러나 핸드볼코리아리그 출범 뒤 3년 동안 우승 2회(2011년ㆍ2012년), 준우승 1회(2013년)를 거둔 강팀이다. 국가대표 진용 구성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7일 발표된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에 김선화(23), 김온아(26), 송미영(39), 원선필(20), 유은희(24) 등 5명이 진입했다. 서울시청은 반면 권한나(25)와 최수민(24) 등 2명 뿐이다. 우승 길목에서 만만치 않은 상대와 격돌한다. 국내 핸드볼 역사상 최초의 여성 감독 통합우승 시대로 가는 도전길이다.◇ 임오경 프로필▶생년월일 1971년 12월 11일 ▶출생지 전북 정읍▶체격 167㎝·54㎏ ▶출신교 정읍 동신초-정읍여중-정읍여고-한국체대▶핸드볼 시작 정읍 동신초 4학년▶주요경력- 1989년 성인 국가대표 첫 발탁(정읍여고 2학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1994년 일본 핸드볼 히로시마 이즈미 입단- 1995년 오스트리아·헝거리 핸드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및 최우수선수(MVP)- 1996년 히로시마 플레잉감독(1996~2003년 8년 연속 리그 우승)-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은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2008년 7월~ 서울시청 여자 핸드볼팀 감독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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