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심리학회, '아동·청소년 심리적 외상에 대한 부모/교사용 가이드' 발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는 온 국민에게 충격과 아픔을 남겼다. 사건의 직접적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우울, 불안감을 호소하는 '대리적 외상경험'을 겪는 이들이 많다. 특히나 감성이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아동·청소년에게 정신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세월호 사고를 접한 자녀가 심리적 불안 증세를 보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에 관해 최근 한국심리학회는 세월호 사고로 인한 아이의 반응이나 행동에 따른 바람직한 대처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악몽을 꾸고 낮에 집중이 안 되서 힘들어요"간접적일지라도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사고를 겪으면 아이들은 슬픔, 분노, 연민, 무기력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껴 악몽을 꾸기도 한다. 이럴 때는 악몽 내용을 확인하고 그에 대한 아이의 느낌과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공감하는 반응을 나타내고 자신의 상태를 스스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야 한다. "집중을 왜 못해? 이럴 때일수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너 상태가 좀 심각한 것 같은데" 등 아이의 상태를 비정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거나 아이가 호소하는 어려움을 무시해선 안 된다. ◆"뉴스에서 본 장면과 제 과거에 있었던 사고들이 불쑥불쑥 떠올라서 괴로워요" 세월호 사고 여파로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사고들이 다시 떠오르거나 마음이 불안해지는 등의 증상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반응이다. 다만 그 일이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님을 아이에게 일러주고 거리를 두고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자연스러운 반응임을 이해시켜 아이의 불안을 낮춰줘야 한다. 현재의 고통이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거나 잔소리를 하면 아이의 불안감을 키우고 어른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게 된다. ◆"죽으면 다시 못 만나요? 죽는다는 게 뭐예요?" 아이가 죽음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죽음에 대해서 궁금한가 보구나. ○○는 죽음이 어떤 거라고 생각하니?" 등의 답변으로 대화를 시도하거나 아동의 연령, 발달, 이해수준을 고려해 솔직하게 설명해준다. 하지만 죽음 과정에 관련된 상세한 묘사나 고통은 얘기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런 건 아직 몰라도 돼" "멀리 떠났어" 등의 대답으로 상황을 피하거나 은유적 표현으로 응변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수학여행은 안 갈 거예요" 사건 후 학교에서 단체로 가는 여행이나 활동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두려운 마음과 걱정을 잘 들어준 후 아이가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보고 선택하도록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는 수학여행이 가기 싫구나. 왜 그런지 얘기해줄래?" "○○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엄마도 그런 걱정을 했으니까" 등의 답변으로 아이의 두려움, 분노 등 감정을 수용하고,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 대해 자녀에게 어느 정도로 자세히 알려줘야 하나요?" 아동이 사고에 관해 질문을 꺼냈다면, 먼저 그 안에 담긴 마음과 의도를 파악해야 한다. 또한 사고에 대해 갖고 있는 아이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해줘야 한다. 사고를 잘 알지 못하는 아동에게 부모가 먼저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관련 뉴스를 볼 때도 반복적으로 과다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부모와 함께 보는 것이 좋다.
아동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 일어나는 증상들. 위와 같은 증상들이 이전보다 현저히 증가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출처=한국심리학회)
◆"아이가 정신적 충격을 받았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평소 아동의 감정과 상태를 잘 관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때 "입맛이 없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데, 무슨 일 있었어?" 등 현재 상태를 제한없이 표현할 수 있는 개방형 질문이 도움이 된다. 재난 장면이 계속 떠오른다거나 집중력 저하, 식욕 변화(소식 또는 과식), 과도한 걱정 등의 증상들이 사고를 접하기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불안해 하지마" "무섭지 않아" 등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강요하는 말은 아동을 안심시키지 못한다. 심리상담가 변상우씨는 "아이의 감정 변화가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세로 충분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며 "'나중 일은 나중에 얘기해" '별 걱정을 다한다' 등 상황을 피하거나 아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가이드라인은 학부모 77명, 교사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벌여 아동의 반응과 행동을 조사한 것으로, 한국심리학회 공인 상담심리사 1급 전문가 10인의 공동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심리학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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