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지금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세월호 침몰, 재난방송은 없어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지금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세월호 침몰 7일째인 22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안산교육지원청 앞에 생존자가족들이 섰다. 대국민 호소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슬픔의 눈물, 분노의 외침,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동시에 묻어났다. 취재하는 기자들의 모습 또한 우울했다.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먼저 국민들의 비난을 받는 곳이 방송과 신문 등 언론이다. 세월호 침몰은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로 본다면 '총체적 인재'이다. 청해진해운은 물론 정부의 부실한 초동대처는 무식하다 못해 재난대응시스템이 있는지 조차 의문이 들 정도이다. 한마디로 '정신 나간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실종자와 생존자 가족들의 이런 상처를 또 한 번 건드린 곳이 재난방송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빠져나온 생존 학생에게 친구의 죽음을 거침없이 전하는 앵커, 사기꾼과 거짓 인터뷰를 내보낸 방송보도, 생존자들에게 사전 동의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취재, 수많은 죽음 앞에 보험금이 얼마니 계산하고 있는 이 부끄러운 작태. 재난은 있었지만 제대로 된 재난방송은 없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부적절하고 여과 없는 재난방송이라는 지적을 받은 건수가 9건을 넘어섰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제재를 받을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뉴스전문채널 할 것 없이 총망라됐다. 재난방송에 대한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은 직감적이다. 영상으로 국민들의 머릿속에 바로 인식된다. 방송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수백명의 어린 생명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상황을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던 비참한 대한민국. 실종자와 생존자 가족의 마음 또한 바다 속으로 무참히 가라앉았다. 재난방송에 대한 구체적 지침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굳이 말하고 싶지도 않다. 생존자 가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인다면 재난방송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신속한 구조작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속보경쟁에 열 올리며 오보를 내기 일쑤입니다.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취재 경쟁으로 상처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 주십시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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