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 되찾은 이용대, 이젠 아시아 '용(龍)' 될 차례

이용대[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배드민턴 스타 이용대(26ㆍ삼성전기) 선수에게 최근 3개월은, 시인 랭보의 시 제목을 빌리자면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었다. 한국 배드민턴에서 복식의 황제로 군림하며 영광의 시간을 거슬러온 그는 최근 2개월 23일 동안 무자격 선수로서 배드민턴 코트 밖에 머물러야 했다. 지난 1월 23일부터 정지된 그의 선수자격은 지난 14일에야 풀렸다. 이용대 선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주변에서 잇달아 벌어지고 있었고, 그 피해는 선수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아닌 밤중의 홍두깨 격으로 큰 일을 당한 이용대 선수는 서울을 훌쩍 떠났다. 어린 시절 꿈을 키운 고향, 전라남도 화순에서 떠나는 겨울의 끝자락과 짙어가는 봄소식을 함께 느끼며 낯선 시간과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벌어진 수많은 일들 때문에 겪어야 하는 괴로움이 그를 고통스럽게 했다. 마음속에 응어리가 없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선수를 괴롭게 한 것은 태극마크를 달고 오는 9월 19일에 개막하는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나아가 공포였다.그러므로 지난 14일의 '해방'은 이용대 선수의 새로운 봄과 시작, 용(龍)의 비상을 알리는 작은 신호일 수밖에 없다. <편집자주> 국제배드민턴연맹(BWF)이 1년 자격정지 조치를 철회하면서 이용대는 자신의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맞았다. 이용대는 그 동안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땄지만 아시안게임에서는 우승해보지 못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잇달아 출전했지만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이용대에 대한 징계가 철회되지 않았다면 한국 배드민턴은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이용대는 유연성(27ㆍ국군체육부대)과 조를 이뤄 한국 남자 복식의 간판으로 활약하고 있다. 배드민턴 코트에서 한국의 경쟁상대는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인데 남녀 단식과 혼합 복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비해 경기력이 달린다. 한국 배드민턴에서는 이용대가 버티는 남자 복식이 가장 경쟁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용대[사진=정재훈 기자]

물론 석 달 가까이 실제 경기를 해보지 못한 이용대가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끌어올리느냐가 문제이기는 하다. BWF 규정에 따르면, 선수자격이 정지된 선수는 정지 기간 동안 소속팀은 물론 대표팀에서도 훈련을 할 수 없다. 이용대도 지난 석 달 동안 개인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주로 체력훈련을 했다. 소속팀인 삼성전기 권승택(57) 감독이 별도의 훈련장을 마련해줘 라켓을 놓지는 않았다. 권 감독은 "대회에 출전하는 것 말고는 보통선수들처럼 훈련을 했다. 체력훈련은 태릉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했다"고 했다. 그래도 세계 정상의 선수들과 셔틀콕을 주고받으며 익숙해진 경기 감각을 되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권 감독은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항소 여부 결정 등 남은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용대가) 다음달에 소속팀과 대표팀에 복귀할 것"이라고 했다. WADA는 이용대가 금지약물 검사를 회피한 혐의로 BWF에 제소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3월과 9월, 11월 세 차례나 WADA의 소재지 보고 요구에 응답하지 않아 일을 키웠다. 다행히 지난 2월 14일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같은 달 24일에는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처해 간신히 이용대의 선수자격을 회복할 수 있었다. WADA에서 3주 내에 CAS에 항소하지 않으면 이용대의 선수 자격이 완전히 회복된다.선수자격을 회복하면서 아시안게임에도 나갈 수 있게 됐다. WADA가 CAS에 항소를 해도 절차를 마치는 데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데는 문제가 전혀 없다. 현재로 보아서는 WADA가 BWF의 결정에 반발해 항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법률대리인인 제프리 존스(62)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결과를 이끌어내면서 WADA와도 꾸준히 접촉하며 논의를 했다"며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항소를 진행하지 않는 쪽으로 공론을 모았다"고 했다.그러므로 이제 인천 아시안게임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용대는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 출전한다. 남자복식에서는 유연성, 혼합복식에서는 소속팀 동료이자 후배인 신승찬(20)과 호흡을 맞춘다. 서둘러 실전감각을 되찾아야 한다. 이용대는 선수자격이 정지돼 있는 동안 중요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2월에 열린 독일 오픈과 전영 오픈, 스위스 오픈 등과 이달에 열린 인도 오픈과 싱가포르 오픈 등이다. 그러나 다음달 18일부터 세계남자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등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모의고사는 많이 남아 있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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