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력 개선·회원국 결속력 다지기·미국과 관계 재정립 등 과제 산적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크림을 먹어치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동유럽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는 변화보다는 안주를 택한 나토의 안이함도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65년간 유럽의 안보를 책임져온 나토의 역할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며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나토가 러시아와의 신냉전에서 패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 나토의 가장 큰 과제는 방위력 개선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러시아의 국방비는 지난 2012년 908억달러(약 94조8000억원)로 10년전에 비해 126.1% 급증했다. 러시아 국방비의 절대액수는 미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미국과 같은 4.4%다. 반면 지난 10년간 나토의 주요 회원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국방비는 각각 2.9%, 0.4% 줄어들었다. 이탈리아·터키 등 남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는 두자리수의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유럽 주요국의 방위비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경우 국방비가 2008년 이후 31.2% 늘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위협을 느낀 발트해 국가들이 국방 예산을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 그나마 고무적이다. 영국·프랑스는 물론 남유럽 국가들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국방비 추가 지출은 어려울 듯하다. 나토는 회원국에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로 쓸 것을 권고해왔다. 하지만 이를 지키고 있는 국가들은 몇 안된다. 더 큰 문제는 지출된 국방비 중 실질적인 방위력 증가에 사용된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나토 전문가는 나토가 국방 예산의 20%를 무기 도입 등 국방력 확충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지만 지난해 실제 사용한 금액은 전체의 1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인건비나 연금 등 부가적인 용도로 쓰였다는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재정립도 필요하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캐슬린 맥인니스 컨설턴트는 "미국은 '유럽 프로젝트'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아시아·태평양으로 관심을 돌릴 것"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이 다시 유럽에 주목하겠지만 유럽이 이 기회를 활용하지 못한다면 나토 내 미국의 영향력에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는 최근 거세게 일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의 강력한 안보 요구에도 부응해야한다. 나토는 옛 소련 붕괴 이후 지난 20년간 러시아를 정상국가로 취급해도 된다면서 동유럽 회원국들을 안심시켜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크림 만행으로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가 비정상적 국가라고 해온 자신들의 주장이 맞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나토는 동유럽에 추가 군대 파견 등의 조치를 검토중이다. 그러나 1993년 이후 꾸준히 회원국에 주둔 병력을 줄여왔던 나토에게 갑작스러운 병력 증가는 부담이 된다. 또한 러시아가 이를 선제공격으로 꼬투리 삼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까지 나토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타브리디스는 "현재의 대치 국면이 신냉전까지 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라면서 "나토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상을 흑백논리·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타깃이 유럽이 됐다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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