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사장 '실적으로 평가받아라'…소통경영 전도사의 '혁신 DNA'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증권가 '혁신의 아이콘'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이 추진 중인 새로운 인력관리 시스템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증권업계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안 바뀌면 죽는다'는 각오로 통념을 뛰어넘는 인사 실험을 단행하고 있어서다. 2012년 6월 취임한 이후 온화한 이미지로 소통 경영을 중시했던 그의 모습은 확 달라졌다.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KDB대우증권은 지난달부터 서울 여의도 본사의 과장급 이상 영업직원 170여명에 대해 계약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얼핏 보면 불황기에 뒤따르는 구조조정의 한 단면으로 비쳐지지만 김 사장의 노림수는 직원 경쟁력 강화에 방점이 찍혀있다.김기범 사장은 "업계 특성상 본사 영업은 지점에 비해 철저히 실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본다"며 "본사에 모인 '프로'들이 정규직이라는 안정적인 틀 속에 갇혀있으면 긴장감이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계약직은 실적이 좋으면 정규직에 비해 훨씬 많은 성과급을 챙길 수 있다. 능력 있는 직원들은 계약직 전환을 희망한다는 게 김 사장의 생각이다. 벌써 60여명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근무 형태를 바꿨다. 그는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야 직원들의 경쟁력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의 개혁 드라이브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인사기획팀을 신설, '선임연구원, 연구원 직급 신설' 등 새로운 직급 체계를 도입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조만간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직원들을 소집해 강도높은 교육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는 "업황이 좋지 않을 때 미리미리 경쟁력을 키워놓고 회사 사정이 좋아지면 사람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금의 진통이 1~2년여 지나면 단지 하나의 에피소드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증권업계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와중에도 구조조정 대신 인력 재배치를 택했다. '사람 중심 경영'을 놓지 않았던 최고경영자(CEO)다. 따라서 그의 이번 실험은 그만큼 절박한 시장상황을 대변해준다. 노조와의 협력은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다. 현재 노조원들은 본사 로비에서 '계약직 전환 원천 봉쇄'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은 본사 영업직원의 계약직 전환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외부에서 계약직을 뽑고 계약직 전환을 원치 않는 정규직들은 전국 각 지점으로 발령을 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기업혁신대상'에서 창조경제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전사적인 경영혁신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아 최우수 최고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변신의 원천을 그의 '혁신 DNA'에서 찾는다. 차별화된 해외진출 전략을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는 김 사장의 인사가 아닌 인재개발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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