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조직을 속속들이 꿰고 계신 분이 오시면, 인사에도 속도가 붙지 않겠어요? 분위기 쇄신도 필요하고…."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의 취임을 앞두고 직원들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인사문제다. 한은은 통상 1월에 정기인사, 8월에 보완인사를 실시하지만, 8월 인사의 판이 커지고 시점도 확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퇴임을 앞둔 현 김중수 총재는 지난 1월 국·실·부서장 인사를 마쳤지만, 1급 승진자와 본부 국장들은 대부분 유임됐다. 임기 말 대규모 인사는 적절치 않다는 게 김 총재 본인과 조직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김 총재와 구원(仇怨)이 있는 이 총재 후보 쪽에서 인사 보복에 나서지 않더라도 대규모 인사 수요는 여전히 살아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간부들은 나머지 공부에 한창이다. 이 총재 후보가 취임 뒤 조직 재정비에 나설 때에 대비하려는 움직임이다. 노동경제학자 출신인 현 김 총재는 이름난 일벌레지만, 금융전문가 출신이 아니다. 이 때문에 취임 초 업무 파악에만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또 업무 강도를 상당히 높여놓고도 정작 본인 관심사 밖의 중요한 부분은 놓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반면 새로 취임할 이 총재 후보는 1977년에 입사해 한은에서만 35년을 일한 대선배다. 과장 시절 조사부(현 조사국과 경제통계국)와 국제금융부, 외환업무부를 경험하고, 국제경제실장과 정책기획국장, 부총재까지 지내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잠시 한은을 떠나 있었지만, 사실상 업무 파악 시간이 필요 없을만한 전문가다. 과거 이 총재 후보와 함께 일했던 한 간부는 "이주열 총재 후보가 한은 전체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고 있어 업무보고나 인사 수요 파악할 시간이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견도 있다. 또 다른 간부는 "현 김중수 총재가 여러 가지 마찰음을 낸 건 사실이지만, 과정이 거칠었을 뿐 달라져야 한다는 대의에는 여러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김 총재가 비판 속에 닦아놓은 변화의 단초를 잘 가다듬고 이어가려면 훨씬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다음 주 19일 이 총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연다. 달라진 한은법에 따라 처음 진행될 한은 총재 후보에 대한 청문회지만, 검증된 내부 출신 인사여서 형식적인 절차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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