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내 정치 하기엔 타이틀 없지만…'

[아시아경제 최은석 기자] 새누리당은 물론 정치권 전체의 시선이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49ㆍ사진)에게 쏠려 있다. 새누리당은 6ㆍ4 지방선거에서 인지도 높은 인사들을 출마시켜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신당 창당'에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인데 그 중심에 남 의원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 중 한 곳인 서울시장을 둘러싼 새누리당 후보 경선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이혜훈 최고위원에 이어 정몽준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고, 김황식 전 국무총리도 이달 중순께 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빅매치'가 성사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서울과 함께 수도권 빅2로 불리는 경기도에서도 후보만 잘 내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 대표 주자 중 하나가 바로 남 의원이다. 당의 이같은 구상에도 불구 남 의원은 얼마전까지 경기지사 출마를 극구 사양했다. 그는 지방정치보다 중앙정치에 대한 갈망이 더 컸다. 그도 그럴 것이 5선의 중진 의원임에도 지금껏 주요 당직을 맡아본 적이 없다. 정병국 의원, 원희룡 전 의원과 함께 '남ㆍ원ㆍ정(남경필ㆍ원희룡ㆍ정병국)'으로 불리며 당내 대표 소장파로 불렸던 게 전부다. 당내에선 남 의원이 지금껏 맡은 최고위 당직은 '남ㆍ원ㆍ정'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그가 6ㆍ4 지방선거가 아닌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준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더 이상 소장파로 불리기에는 그가 걸어온 정치의 무게가 만만치 않은 만큼 그에 걸맞는 당직을 맡아 중앙정치 무대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와 가까운 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남 의원이 소장파란 타이틀에서 벗어나 중앙정치 무대에서 제대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라며 "지금은 소장파도 아니고 당내 중진 의원이라 불리기에는 중앙당에서 보여준 게 너무 없어 자기 정치하기가 매우 애매하다"고 말했다. 남 의원이 지방선거 출마를 주저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선 의원이라 인지도는 높지만 지금껏 중앙정치에서 이뤄낸 것이 없어 유권자에게 신뢰를 줄 메시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당내 경기지사 출사표를 던진 정병국 의원의 경우 전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원유철 의원도 도의원, 경기도 정무부지사는 물론 당에서도 여러 당직을 맡아 활발히 활동했다. 야권 경기도지사 후보들의 이력은 더 화려하다. 남 의원으로선 지방선거 직행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고 5월 원내대표 경선이 그에겐 정치 체급을 높일 '승부수'였던 셈이다. 그가 당 지도부의 계속된 출마 요구를 뿌리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랬던 남 의원이 최근 마음을 바꿨다. 당 안팎의 지방선거 출마 요구가 워낙 거센데다 이를 거절할 경우 중앙정치 진출도 쉽지 않고 출마 거부 명분도 약하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와 맞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여권 후보는 남 의원뿐이다. 그가 끝내 출마를 거절할 경우, 야권에 경기도지사 자리를 내준다면 '책임론'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그가 설 곳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남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출마 가능성을 닫지 않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겠다"며 입장 변화를 시사했다. 이어 1일 경기도지사 공관에서 김문수 지사와 오찬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출마 채비에 들어갔다. 그는 1시간 가량 진행된 회동 직후 "김 지사와의 대화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 중요성을 개인적으로 절감했다"며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지사에게 도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경기도가 축소된 대한민국으로 얼마나 중요한 지에 대해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면서 "도민을 위해, 새누리당을 위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출마 결심을 굳혔다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이제 남 의원이 정치적 동지 관계인 정병국 의원과 경선에서 어떻게 경쟁을 할 지가 또 다른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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