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인터뷰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대담=조영주 정치경제부장, 정리=김혜원 기자] "이제는 우리 기업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저렴한 전기요금을 원가 경쟁력에 반영하던 시대는 저물었다고 보는 것이지요. 에너지시장을 좀 더 융복합하고 이목을 끄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53ㆍ사진)은 24일 아시아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중장기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변 이사장이 새로운 에너지 수요 관리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은 지난여름 지긋지긋한 만성 전력난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변 이사장의 첫 외부 일정은 다름 아닌 서울역 광장에서 몸에 띠를 두르고 부채질 하는 것이었다. 여름철 전력난을 앞두고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이 함께 벌인 '생활 속 100W 줄이기' 캠페인을 홍보하는 자리였다.매년 반복되는 전력난을 없애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전기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전기요금이 저렴한 편에 속하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절전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이 아니라 기업에서 쓰는 전기량이 절대적이라서 제조업 기반의 경제 구조에서도 무조건적인 절전 호소는 맞지 않다.그래서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수요 관리 시장이다. 공급 중심의 에너지 시장을 모든 사용 주체가 수요 관리하는 시장으로 바꾸겠다는 것. 이는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최대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과 맞닿아 있다.변 이사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요금 가격 메커니즘"이라며 "어느 정도 가격이 합리화되면 에너지 수요 패턴도 바뀌고 기업에겐 수요 관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행동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굴지의 대기업 부회장과 만난 사적인 자리에서 우리의 낮은 전기요금이 기업에는 엄청난 베네피트(이익)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업은 에너지 절약 시스템이나 기술 투자에 대해 자체적으로 좀 더 고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며 "정부와 기관은 매력적인 투자 유인책을 만들어 시장의 문호를 넓혀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오랜 관료 출신인 변 이사장은 새로운 에너지 관리 시장의 수요를 이끌어내기 위한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첫 번째는 렌털사업의 확대다. 그는 "정부가 도입 운영 중인 태양광 렌털사업을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을 포한한 패키지 렌털사업으로 확대하면 초기 막대한 진입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와 ESS를 결합하는 데 있어 들어가는 투자비용이 만만찮은 만큼 렌털사업으로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것이 하나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두 번째로는 신재생에너지와 ESS 뿐 아니라 효율화된 스마트 가전이나 조명을 같이 패키지 상품화하는 방안이다. 변 이사장은 "일본 같은 경우는 태양광 패널과 ESS를 연결하는 것 외에도 하이브리드 LED라는 조명 장치를 패키지로 해서 빌딩이나 집을 지을 때 처음부터 하나로 상품화 한다"면서 "효율성에 경제성과 편리성을 추가하면 큰 비즈니스 시장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그는 또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시장은 이제야 규격을 제정하는 단계지만 향후 수요가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며 "빌딩에서 EMS를 설치하면 3~5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받는 에너지 진단을 면제시킨다거나 투자세액공제를 적용해주는 등 초기 시장 형성과 수요 창출을 위해서는 단기적이라도 자극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매 정권마다 공공기관이 뭇매를 맞는 것에 대해선 "숫자라는 목표에만 급급해 자칫 잘못하면 장독을 깰 수 있으니 신중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내뱉었다. 그는 "지난 MB 정권에서는 에너지 자주개발률 목표치를 제시했기 때문에 공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를 감수하더라도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공기업의 모럴헤저드, 노사의 불합리한 경영 행태 등은 당연히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5년짜리 단기 목표에 기업의 운영을 맞춘다면 그동안 뿌린 씨앗을 거두지도 못하고 싹을 자르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에너지관리공단에 대한 변 이사장의 첫 인상은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에너지를 다루는 기관인데 '에너지(열정)'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부랴부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고 이후 8개월 만에 에너지관리공단은 확 바뀌었다. 변 이사장은 "활력, 소통, 도전이라는 3가지 명제를 제시했고 100일 계획과 108개 도전 과제를 정해서 하나씩 바꿔나가고 있다"고 알렸다.교육에 목말라 있던 직원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화했고 간부와의 소통을 위해서 이전에는 없었던 회의를 2주에 한 번으로 정례화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워크숍은 10년여 만에 처음 마련됐다. 그는 "처음에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귀찮다'는 등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조직의 분위기가 점차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 뿌듯하다"고 전했다.정리=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사진=백소아 기자<ⓒ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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