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제 가위와 면도칼을 거쳐간 국방부 장관만 벌써 21분입니다." 대한민국 65만 대군을 이끄는 국방부 장관들을 한 순간에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람이 있다. 국방부 청사내 제3이발소에서 근무하는 장희선 이발소장(사진)이다. 장관들은 장 소장이 날카롭게 날이 선 면도날과 가위를 들이대면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날카로운 눈매로 '레이저 눈빛'이란 별명을 가진 김관진 장관도 마찬가지다. 장 소장 앞에서는 그저 소탈한 손님이다. 장 소장은 "김관진 장관도 이발을 할 때는 가정사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종종 한다"면서 "눈빛은 날카롭지만 마음은 참 따뜻한 분"이라고 말했다. 장 소장의 손을 거쳐 간 장관은 22대 주영복 장관부터 현재의 43대 김관진 장관까지 모두 21명에 달한다. 전남 곡성에 태어난 장 소장은 16세가 되던 해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일반 이발소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한 그는 18세가 되던 해, 신문에서 국방부 이발소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첫 이발소는 대령급 이발소. 이곳을 거쳐 1980년에야 장군 이발소로 발령을 받았다. 장 소장은 "백반이 50원, 라면이 10원, 영화관람이 50원이던 시절에 월급이 7000원이었다"며 "안정적인 수입과 숙식이 해결되니 이보다 좋은 직장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방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장 소장은 "주영복 장관을 처음 이발했을 땐 정말 떨렸다"면서 "하지만 한두마디 건네면서 어느새 동네 형님같은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조그만 공간에서는 둘만의 대화를 나누다 보니 군을 떠나도 장 소장을 찾는 예비역 장군들이 종종 있다. 장 소장은 이런 노하우에 대해 '맞춤형 이발'이 가장 큰 이유라고 귀뜸했다. 과거 장군들은 이발사가 하자는 대로 맡겨뒀지만 요즈음은 자신들의 스타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도 연합사 부사령관과 육군참모총장시절에 중요한 행사를 앞두면 꼭 찾아왔다"며 "김 실장은 머리스타일을 잘만 해주면 참 훈남"이라며 웃었다. 장군들의 마음과 스타일을 알아서 맞춰주다 보니 국방부에서 그를 좀처럼 놔주딜 않는다. 2012년 12월 40년간의 군무원 생활을 마치고 노인무료이발 봉사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됐다. 장 소장은 제3이발소를 '마음의 휴식처'라고 했다. 이발을 하는 동안은 손님들이 편안하게 쉬다 가라는 뜻에서다. 이곳에서 장군들에게 받는 이발비는 1만2000원, 면도 8000원이다. 영관장교들이 사용하는 이발소에 비해 2~3배 비싸지만 예약을 해야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장 소장은 "예전에는 이발을 하다 쪽잠을 자는 장군들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럴 여유도 없이 바쁘게 다녀 간다"면서 "어떤 장군은 머리를 반만 깎았는데 도중에 전화를 받고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안타까워 했다.양낙규 기자 if@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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