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
우리나라 금융소외계층 중 상당수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부터는 대출을 전혀 받지 못하는 '금융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한다. 자활의 꿈을 가진 서민들에게 은행이나 제도권 금융기관의 자금은 여전히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용과 소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활의지나 성공 가능성을 담보로 마음 편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금융기관일 것이다. 설사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았다고 해서 이것이 곧 자립이나 재기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창업 후 3년 생존비율은 절반을 간신히 상회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우리 주변의 금융소외계층들은 재기에 대한 간절함에도 바쁜 생업과 정보 부족 등으로 인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단지 자금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금전적 어려움 외에도 사업에 관한 기술과 정보, 노하우 또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저리의 자금을 대출해준다고 해서 모두가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다. 서민금융은 컨설팅 등 비금융적 지원도 지속적으로 제공해서 금융소외계층의 자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비금융적 지원이 없는 자금 지원은 자칫 금융소외계층을 또다시 실패로 안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금을 빌린 서민들이 자금을 잘 활용해 자발적으로 갚는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지속가능한 서민금융이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지난해 9월 정부는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서민금융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햇살론 개인보증을 통합한 '서민금융총괄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종래 상품별ㆍ공급자별 분절적 운영에 따른 서민금융의 중복지원 및 지원기준의 차이를 해소하고, 서민들에게 수요자 중심의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새로 설립되는 서민금융총괄기구의 궁극적 비전은 금융소외계층이 자활, 재기, 자립 성공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금융지원과 채무조정 외에 봉사활동, 교육, 컨설팅 등 비금융적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민금융총괄기구는 금융기관은 아니다. 서민금융총괄기구는 금융소외계층에게 종합적인 상담,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사회안전망 조직의 하나가 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서민금융총괄기구가 설립돼 금융소외계층의 성공적인 자활과 재기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서민금융총괄기구는 서민들이 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조속히 성공모델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서민금융총괄기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시내에 대중교통 노선을 잘 구축하는 일에 비유될 수 있다. 대중교통 노선이 잘 구축된다면, 어느 대부업체의 광고처럼 급할 때에도 택시를 타야 할 일은 줄어들 것이다. 서민금융총괄기구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이런 면에서 서민금융총괄기구의 설립은 금융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금융소외계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신용회복위원회, 국민행복기금, 햇살론 개인보증의 통합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또 앞서 강조했듯이 금융소외계층이 자활, 재기,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게 설립 취지를 잘 살려 진행돼야 한다. 금융(finance)의 어원인 라틴어 'finis'는 목표를 의미한다고 전해진다. 금융이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이라기보다는 '어떤 목표를 이루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서민금융총괄기구가 서민들의 꿈과 목표를 이루는 새로운 지평을 열기를 기대한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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