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성공회대 미카엘 성당에서 열린 '성프란시스대학 9기 수료식'에서 이정구 성공회대 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12일 성프란시스대학 9기 졸업식 열려-다양한 사연들 지닌 노숙자들 1주년간의 인문학 강의로 희망 찾아[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교수님, 안 어울려 죽겠어요". "왜 잘 어울리는데 허허".12일 성공회대 미카엘 성당 앞.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학사모를 쓴 노숙인이 몸을 흔들며 안성찬 교수에게 안겼다. 성당안에는 쑥스러운 듯 연신 졸업가운을 들썩이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시와 수필이 실린 책을 넘겨보고 있었다. "성프란시스 대학 인문학 과정 9기 수료식을 시작합니다". 7년째 노숙인들에게 예술사를 가르쳐온 김동훈 교수의 사회가 시작되자 이들의 표정이 빛나기 시작했다. "꼭 1년 다니셔야 한다고 협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축하드리고 감사드립니다". 성프란시스대학 학장인 여재훈 신부는 선생님들에게(성프란시스대학에서는 배우는 사람이 선생님으로 불린다)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노숙인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쳐 재활을 돕는다는 성프란시스대학 과정이 생긴지도 어느새 10년이다. 이미 기적은 일상이 되고 있다. 노숙인 몇몇은 이미 취업을 해 평일날 열리는 졸업식에 오지 못했다. 스크린이 켜지며 그동안 1년의 활동이 나오는 영상이 나오자 학사모를 쓴 이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철학, 예술, 글쓰기, 한국사를 배우고 봄소풍, 수련회를 갔던 추억들이 9분짜리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한 노숙인은 "저처럼 머리가 돌같이 딱 굳은 사람을 뭔가 심어주겠다고 열정을 보여주신 것에 고맙다"고 감사했다. 영상 속 교수와 자원봉사자들은 가족마냥 추석을 보내고 각종 수련회를 함께 했다.즐거운 일만 나눈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26일은 9기 졸업생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종강을 얼마 앞두고 같이 수업을 듣던 동료를 떠나보낸 것이다. 항상 유쾌한 모습으로 동료들을 챙기던 그였다. 그의 가족이 장례를 할 형편이 안되자 이들은 물심양면으로 장례를 도왔다. 그 중에는 노숙인 시절 옆에서 누워 자던 사람의 죽음을 보며 절망에 빠졌었던 이도 있었다. 고시방을 전전하며 술로 하루를 보내고, 한 때 죽음까지 생각하는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노숙인들은 이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훈 교수는 "노숙인들이 인문학을 공부하면서 훨씬 더 스스로를 찾고 드러내는 것 같다"며 "진짜 인생을 깊게 통찰했을 때 나오는 촌철살인의 말들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 대해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가 매학기가 끝날 때마다 하는 '저도 배웠다'는 말이 겉치레가 아닌 이유다. "000 위사람은 성프란시스대학 과정을 이수했으므로 이 졸업장을 수여함". 마침내 1년 전만에도 노숙인으로 불렸던 이들이 졸업장을 받고 교수들의 축하를 받았다. 눈시울이 뜨거워진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졸업식 후 성프란시스대학이 당신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들은 답했다. "자부심이다" "등불이다" "우주다" "꿈이다" 유명을 달리한 노숙인은 한 수업 후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세상의 클러스터, 포도송이의 중심은 나이고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소중하고 귀중한 시간이었고 체험이었다".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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