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인들이 걱정하고 나선 한일 관계

며칠 사이 한일관계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이 여럿 있었다. 지난 7일 우리 전국경제인연합회 격인 일본 게이단렌ㆍ상공회의소ㆍ경제동우회 등 경제3단체장이 합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신조 총리에게 한국ㆍ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게이단렌 회장은 "지금의 한일, 중일 관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정상끼리 만나는 것밖에는 타개책이 없다"고 했고, 경제동우회 회장도 "한일 정상이 수시로 만나는 셔틀외교가 하루빨리 재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외국인 투자기업 초청 간담회에서도 일본 기업인들의 관심사는 한일관계였다. 이영관 도레이 첨단소재 회장은 "외교관계에 상관없이 한국이 일본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 계속 경영활동을 해나가겠다"고 했다. 나카지마 도루 서울재팬클럽 이사장은 "한일 간 경제협력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도레이는 전북도와 새만금산업단지 입주계약을 했다. 도레이는 새만금산단에 들어서는 첫 외국기업이다. 2018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고분자 첨단소재 PPS수지 생산라인을 세울 계획이다.  한일 관계가 경제인들이 염려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장들이 한 목소리로 한일관계 복원을 촉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아베 총리는 자국 경제인들의 충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우경화 행보를 중단하고 한중 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냉각된 한일, 중일 관계는 이미 한중일 3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저 여파도 있지만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줄고, 일본 내 한류 열기도 예전같지 않다. 중국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현 상태가 지속되거나 관계가 악화되면 한중일 모두 손해다. 우리 정부의 경직된 대일외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원칙과 신뢰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실리, 국익을 함께 고려하는 실사구시의 자세가 요구된다. 일부 정치인과 극우세력의 우경화 차원을 넘어 양국 국민 간 호감도가 더 나빠지기 전에 관계를 복원ㆍ발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세계의 공분을 받는 지금이 일본에 유연성을 보이는 역발상을 할 때인지도 모른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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