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22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속에서 외환보유액이 반 년째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연말 이후 1년간 외환보유액은 194억9000만달러 늘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의 6%에 이르는 규모다. 반면 환율은 계속 하락해 적정 외환보유액의 규모와 운용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말 외환보유액이 3464억6000만달러로 전월보다 14억5000만달러 늘었다고 6일 발표했다. 지난 1년 동안 늘어난 외환보유액은 194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외환보유액은 4월 3288억달러에서 6월 3264억4000만달러로 줄었지만, 7월부터 12월까지는 매월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건 유로화 등이 강세를 보여 기타통화표시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늘어난 데다 외화자산 운용 수익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1월 기준으로 세계 7위 수준을 유지했다. 일각에선 반 년째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제 규모나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불필요하게 많은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결제은행(BIS) 등은 각국의 경상거래액과 자본유출입 규모를 고려해 나름의 적정 외환보유액 밴드를 제시하고 있다. 1960년대에 설정한 IMF의 계산방식을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현재 '적정한' 범위에 속한다. 하지만 국제기구의 적정 외환보유액 기준은 대개 설정한 지 오래돼 달라진 금융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선진국의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IMF는 신훙국 외환보유액이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로 '시장개입'을 의심한다"면서 "이런 판단을 깔고 있기 때문에 IMF가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이 적다고 지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적정 외환보유액 규모는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외환정책을 운용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을 얼마나 쌓아둘 것이냐의 문제는 결국 선택의 문제"라면서 "적정성 역시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른 만큼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순 없다"고 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도 "위기란 언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가지고 올지 모르는 것인 데다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통일 이후의 상황에도 대비해야하기 때문에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지나치게 많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간연구소 역시 외환보유액을 좀 더 늘려도 좋다는 입장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10년 6월을 기준으로 '외환보유액의 적정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경상거래뿐 아니라 유동성 외채와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 도피성 자금 등 자본시장을 통한 거래도 감안해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를 추정하면 3000억~3800억달러 사이의 외환보유액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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