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일 2주기, 1시간 '러닝타임' 이후 남은 3가지 의문점

長숙청 이후 심리적 동요? 의도된 설정?민심 불안에 권위의식 표출 분석도장성택 사단 숙청작업은 숨고르기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인 17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중앙추모대회에 참석해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주석단 중앙에 앉아있다.(사진:YTN 화면 캡처)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 평양체육관에서 17일 열린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는 여러모로 독특했다. 속전속결로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자신 있게 새 시대 도래를 알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1시간12분간의 '러닝타임' 이후엔 많은 궁금증이 남았다. ◆ 얼굴 왜 저래?가장 의문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추모대회에 참석한 김 제1위원장의 행동과 표정이다. 김 제1위원장은 행사장에 입장하면서부터 힘이 없었다. 느릿느릿 주석단으로 걸어가 중앙에 자리한 그는 전날 과음한 것처럼 낯빛이 좋지 않고 눈가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머리카락도 헝클어져 있었다.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된 추모대회에서 김 제1위원장은 시종일관 눈에 초점이 없고 굳은 표정으로 삐딱하게 앉아 있었다. 가끔 허공을 응시하거나 골똘히 생각하기도 했다. 작년 1추기 추모대회 때도 김 제1위원장은 엄숙함을 유지했지만 이번만큼 튀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제1위원장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심리적 동요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후견인 없이 앞날을 헤쳐 나가야 하는 데 대한 불안감이 투영됐다는 설명이지만 이는 최근 김 제1위원장의 행보에 비춰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장성택 처형 후에도 밝은 표정으로 활발히 공개활동을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의도된 설정'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권력층과 주민들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제1위원장이 고뇌하는 지도자상을 보여줌으로써 자기가 그렇게 무자비하지만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유일 영도자로서의 근엄과 권위를 과시하면서 현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풀이도 있다. 장형심 한양대 교수는 "장성택 숙청 사태를 곱씹어보면 김 제1위원장이 공식 회의체, 재판을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사형 판결 이유도 상세하게 공개하는 등 굉장히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임을 알 수 있다"며 "고모부를 제거하는 중대 결정을 내린 뒤에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이나 리더십을 표현해야 체제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경희는 어디?김 제1위원장의 고모이자 장성택의 부인인 김경희 당 비서가 추모대회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의혹으로 남았다. 김 비서는 지난 14일 발표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 명단에는 6번째로 이름을 올려, 신변 이상보다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비서는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다' '치매에 걸렸다'는 소문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 비서가 바깥 활동이 가능함에도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해 두문불출할 수도 있다"며 "남편 장성택이 갑자기 사망한 것에 대한 충격과 현 시점에 자신이 공개 석상에 나타나면 세간에 어떤 말이 나올지, 당·정·군 수뇌부가 모인 자리에 나갔을 때 김 제1위원장보다는 자신에게 초점이 맞춰질 것에 대한 우려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장성택 측근 아직 멀쩡이번 추모대회에서 장성택의 측근들이 여전히 주석단에서 배제되지 않은 점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들이 숙청의 칼날을 피한 것인지 잠시 정치생명을 연장한 것인지는 시간이 좀 더 지나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장성택의 최측근 인사로, 최근 망명설까지 돌았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는 김 제1위원장 왼쪽 14번째에 자리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최영림 전 내각 총리,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리병삼 인민내무군 정치국장 등 장성택과 가까웠던 인물들도 주석단에 앉았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장성택 사단에 대한 숙청작업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고 보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제1위원장이 '장성택과 그 핵심 측근들을 제거했으니 급한 불은 껐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후속 숙청을 하겠지만 근래처럼 극단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무진 교수는 "장성택이 북한 주장대로 '국가전복 음모'를 했다면 그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모조리 조사 받고 숙청돼야 하는데 지금 별일이 없지 않느냐. 사형 판결문에 나온 죄명은 권력 2인자인 장성택을 제거하기 위한 명분에 불과했던 것"이라며 "장성택이 없어졌으니 이제 숙청은 마무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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