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잇달아 사망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현대제철이 대국민사과와 함께 안전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협력업체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0일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에 따르면 현대제철 협력업체 유젯㈜ 소속 이모(37)씨가 지난 6일 저녁 7시20분께 고로 풍구 누수보수 작업을 마친 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이씨는 근로감독관의 지시에 따라 사고 당일 고로에 바람을 주입하는 풍구 교체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숨진 이씨가 사고 전날 밤 12시가 넘도록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사고 당일도 아침 8시30분 출근해서 잔업을 하던 중에 사망했다"면서 "뜨거운 고로 옆에서 방열복을 입고 오랜 시간 작업을 해서 탈진을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충남당진경찰서는 이 씨가 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현재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부검과 경찰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 한 해에만 현대제철 당진사업장에서 모두 9명이 숨졌다. 지난해까지 합칠 경우 모두 13명이 사망했다.앞서 지난 2일 현대제철 당진 공장에서 안전 진단을 하던 협력업체 현대종합설계 직원 노모씨가 추락사고로 숨졌다. 철근 제강 공장 지붕 위에서 정기 안전 점검을 벌이다가 20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지난달 26일에는 당진 공장 내 현대그린파워 발전소에서 가스 유출 사고로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5월에는 협력업체 직원 5명이 전기로에서 보수공사를 하던 중에 아르곤 가스 누출로 사망했다.잇달아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현대제철을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감독을 선포했다. 이에 현대제철은 지난 5일 대국민 사과 성명과 함께 안전 예산 1200억원을 집행한다는 내용의 안전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우유철 사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안전경영총괄대책위'를 신설하고 하청회사까지 포괄하는 안전 보건 관리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 발표 하루 만에 협력업체 직원이 또다시 숨진 것이다. 특히 이들 사망 사고가 비정규직 협력 업체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대제철의 안전 관리가 정규직 중심인 까닭에 협력업체 직원들을 포함한 안전 대책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정규직 3800명, 협력·외주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약 6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고로·전기로 보수 등 위험이 따르는 일은 거의 모두 협력업체 직원이 하는 구조다.현대제철 비정규직 지회는 작업 환경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365일, 24시간 휴일도 명절도 쉬지 않고 일하는 장시간 노동, 아차 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유해한 환경, 저임금에 시달리는 조건에서 산재사고는 멈추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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