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그리 없애버리려고…' 北, 장성택 제거 명분달기

조선중앙통신 "김정은에 대한 도전·각종 비리" 실각이유 공개통일부 당국자 "깡그리 다 없애겠다는 조치"…사실상 재기 불능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북한은 9일 다소 장황하다 싶을 정도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 이유를 낱낱이 공개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권위에 도전한 데 대한 '괘씸죄'와 함께 각종 비리 혐의가 덧씌워져 장 부위원장은 사실상 재기가 불가능한 처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장 부위원장이 겉으로는 김 제1위원장을 받드는 척하면서 뒤에서는 자기 세력을 키우며 배신행위를 일삼았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노동당 중앙위원회 행정부 소속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이 지난달 공개처형된 이유가 행정부장이었던 장 부위원장과 엮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확인됐다. 현재 북한은 장 부위원장의 자형인 전영진 주 쿠바 대사와 조카 장용철 주 말레이시아 대사의 강제 소환설에 대해서도 별다른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통신은 또 장성택 일당이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김 제1위원장)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밝혔다. 장 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지난 4∼5월 개성공단 폐쇄 과정에서 도발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혀 군부와 충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군부의 입김이 세진 상황에서 장 부위원장의 줄어든 입지가 실각으로까지 연결됐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당 행정부와 조직지도부 사이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은 "장성택 일당은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를 약화시킴으로써 제도보위, 정책보위, 인민보위 사업에 엄중한 해독적 후과를 끼쳤다"고 했다. '사법검찰, 인민보안기관에 대한 당적 지도'는 조직지도부의 활동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당 행정부는 이번에 해체돼 과거처럼 조직지도부의 한 부문으로 들어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결과적으로 당 조직지도부는 다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당과 국가기구, 군대를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번 조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장 부위원장의 경제 전횡, 문란한 사생활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졌다는 것이다.  통신은 "장성택 일당은 교묘한 방법으로 나라의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에서 주요한 몫을 담당한 부문과 단위들을 걷어쥐고 내각을 비롯한 경제지도기관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지하자원을 싼값에 팔아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부위원장이 여성들과 부당한 관계를 맺고 호화 술판을 벌이고 마약을 투약하는가 하면 해외에선 외화를 탕진하고 도박장까지 출입했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들을 곱씹어보면 최근 들려오는 장 부위원장 측근 망명설의 퍼즐조각을 맞출 수 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장 부위원장 실각에 따라 중국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제3국에 체류 중인 장 부위원장 측근들이 한국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장 부위원장의 비자금 관리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숙청 대상의 개인적인 비리까지 일일이 열거한 경우는 북한 3대 세습 체제를 통틀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북한이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장 부위원장의 위세를 깡그리 다 없애버리겠다는 조치이며 내부적으로도 (유일영도체계를 부정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강한 경고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선 지난해 4월부터 최룡해 총정치국장과 당 조직지도부의 지시를 받은 국가안전보위부가 장 부위원장과 측근들의 비리 혐의에 대한 내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도 "당에서는 장성택 일당의 반당 반혁명적 종파행위에 대해 오래전부터 알고 주시해오면서 여러 차례 경고도 하고 타격도 줬지만 응하지 않고 도수를 넘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어 장성택을 제거하고 그 일당을 숙청함으로써 당 안에 새로 싹트는 위험천만한 분파적 행동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겼다"고 밝혔다. 숙청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이 이번에 '장성택 일당'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및 제거작업을 예고함에 따라 장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속속 물갈이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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