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상수지 최대 흑자 뒤에 숨은 리스크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가 95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연간 경상흑자가 1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26년 전 1987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한 달 흑자규모만 100억달러에 육박한다. 21개월째 흑자행진이다. 올 10월까지 누적흑자가 582억6000만달러로 한국은행 전망(630억달러)을 넘어선 700억달러 돌파 예상도 나온다.  외화 곳간을 채워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좋은 일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위험신호를 보면 무작정 반길 일만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 상품ㆍ서비스를 팔아 남는 경상흑자가 많다고 경제가 탄탄대로를 걷는 것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먼저 수출이 잘 된다지만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몇몇 대기업만 그럴 뿐 대다수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다. 전기전자ㆍ자동차 등 일부만 호황이지 철강ㆍ조선ㆍ해운ㆍ석유화학 등 대부분 업종이 불황이다.  경상흑자 구조도 좋지 않다.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데 수입이 감소하며 흑자를 키우기 때문이다. 올 들어 10월까지 수출은 2.8% 늘었고, 수입은 1.2% 줄었다. 기업이 투자에 나서지 않아 원자재와 공장설비 수입이 감소한 탓이다. 수출ㆍ수입이 비슷하게 늘면서 경상흑자가 증가해야 의미가 있는데, 우리는 성장을 이끄는 기업 투자와 국내 소비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다.  경상흑자가 지나치게 커지면 통상 마찰과 환율 분쟁을 부를 수 있다. 우리와 교역에서 적자를 내는 국가들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벌써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환율 보고서를 통해 원화가치가 2~8% 저평가돼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상흑자를 줄여 환율을 정상화하라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사상 최대 경상흑자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정부는 환율이 급변동하지 않도록 원화가치 절상(환율 하락) 속도를 조절하면서 경상흑자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대기업들로 하여금 수출로 번 돈을 쌓아두지만 말고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 높은 수출 의존도를 줄이면서 내수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절실하다. 기업들도 마냥 높은 환율효과에 기댈 수는 없다. 당장 내년 경영계획에서 달러당 1000원대, 나아가 900원대까지 예상하며 스스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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