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생활경제]분양 분쟁도 ‘불완전 판매’에 주목하라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살아가면서 피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법적 다툼이다. 그러나 누구든 법률과 소송에 호소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부딪치는 법률 분쟁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법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짚어본다. 직장생활 7년 만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30대 A씨. 어렵게 구한 아파트에 입주하고 나서 도리어 그의 한숨이 깊어졌다. 내부 구조, 주변 편의시설, 조망권 등이 분양계약 당시 기대했던 것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걱정은 이내 '아파트 값 하락'으로 옮겨갔다. A씨처럼 아파트에 입주하고 보니 설계도와 다르게 지어져 하자가 발생했다거나 광고와 달리 들어서야 할 편의시설이 없고,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아파트 값이 떨어져 법에 호소할 경우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사안별로 달라 판결 기준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승소한 사례를 종합해보면 몇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 '피해자'가 주장하는 내용이 '아파트 가치(값)'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경우 ▲시행사ㆍ시공사가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하자발생 등 드러난 손해가 극명할 경우 등이다.아파트 가치와 직접 연관이 있어 승소한 경우 중 눈길을 끄는 사례가 있다. 올해 초 경기 용인시 한 아파트 입주자들은 단지에서 불과 25~133m 떨어진 곳에서 분묘 9기가 발견되자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시행사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은 점, 아파트 값에 영향을 준 점 등을 들어 최대 4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소송이 잦은 편인 조망권 침해의 경우 판단기준이 모호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부산에서 광안대교와 인근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조망권에 매료돼 분양계약을 체결한 최모씨가 인근에 들어선 15층짜리 건물로 조망권과 일조권을 빼앗겼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겨 분양대금 전액을 반환받아 화제가 된 사례가 있다. 이 소송에서는 분양대금을 매길 때 조망이 다른 요인보다 크게 작용했고 계약 체결 당시엔 인근에 4층 이상 건물이 들어서지 않을 것이란 직원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에 최씨가 승소할 수 있었다.허위ㆍ과장 광고를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을 요구할 때는 시행사ㆍ시공사 측이 설명의무를 다했는지, 사실을 숨길 의도가 있었는지가 주된 판단 기준이 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ㆍ시공사는 지자체의 단순 구상안을 마치 확정된 계획인 것처럼 알리며 "건물에 지하아케이드를 조성해 지하철 7호선과 직접 연결되도록 하겠다"고 했으나 실현되지 못해 분양을 받은 사람들에게 분양대금의 일부를 배상금 명목으로 돌려줘야 하게 됐다. 반면 인천 영종도에 공항철도가 건설되고 학교와 각종 문화ㆍ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처럼 광고했다며 소송을 당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법원이 책임을 묻지 않았다. 해당 건설사가 광고와 안내문에 "실제 이미지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지자체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재판부의 한 판사는 "시행사ㆍ시공사가 알린 대로 편의시설이 들어서지 않았더라도 관련기관의 공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에 따른 설명이었고 이행되지 못할 가능성도 언급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말했다. 애초에 분양자들을 속일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란 점을 감안한 것이다.설계도와 다르게 지어져 하자가 발생한 경우 드러난 손해가 명백하다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부분 받아들여진다는 게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손해배상 소송을 내 최근 총 11억여원의 배상금을 지급받게 됐다. 재판부는 주택법에 따른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문제 삼은 시공사의 주장에 대해 "일반 입주자들이 이를 일일이 특정해 하자보수를 요청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그렇다면 소송절차를 밟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어떤 것들일까. 일반시민들에게 법정 소송의 진입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만큼 소송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세대별로 이해관계가 갈릴 경우 온라인 카페 등의 공간에서 의견 취합이 이뤄지곤 한다. 당사자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를 미리미리 구비해두는 게 필요하다고 변호사들은 지적한다. 인천 청라지구 아파트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을 맡아 진행한 법무법인 로웰의 조용균 대표변호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분양계약서와 분양 당시 홍보책자, 광고물 등을 따로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증자료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공사가 중ㆍ소형 건설사여서 실질적으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될 경우 법원의 강제집행명령을 이용할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안 소송을 제기하기 전 가압류 신청을 먼저 낼 수도 있다. 법원의 배상 판결이 확정됐지만 건설사 측이 당장 지급할 현금이 없다며 이행하지 않을 상황에 대비한 것이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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