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압의 전류를 쏘자//모든 것/샅샅이 털어모아/내밀의 속까지 닿고자//아니/감전으로 그저 죽어지고 싶은//백색의 향/그 그리움의/절대값. 이수영의 '자스민꽃향'■ 자스민은, 몸체보다 향기가 먼저 날아왔다. 그 풀꽃이 이 땅에 상륙하기 전에 그 향기가 화장품으로 샴푸로 방향제로 혹은 껌이나 과자 속에 먼저 담겨 들어왔다. 우린 코를 킁킁거리며 자스민을 받아들인 뒤 한참 뒤에야 그 꽃을 발견한 셈이다. 심지어 우리가 사랑한 여인, 우리가 황홀하게 우러렀던 여선생님, 혹은 갓 시집온 숙모의 방에 감돌던 황홀한 무엇이, 모두 이 풀꽃의 장난인 것을 몰랐다. 우리가 사랑했던 것이, 그 사람이 아니라 그저 자스민 향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에, 우린 그러나 억울해하지 않고 그 자스민이 풍겨준 영감에 오히려 감사하는 편이다. 사랑에는 이런 후각적인 전달물질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렸지만, 우리가 그리워하는 것이 결국 자스민 향기만 남았다는 사실에도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사랑은 후각에서 가장 아름답게 승화한다는 것, 후각이 영혼의 움직임에 가장 가깝다는 것, 냄새들이 추억을 오래 머물러있게 하는 사랑의 지지자라는 것. 여자들은 이미 천성적으로 그 비밀을 알고 있었다. 자스민향기에 살짝 얹힌 몸의 향기가 사랑을 폭발시키는 '그르누이의 마법'이라는 것도 꿰고 있었다. 육체의 낮고 은은한 기운과 정신의 높고 그윽한 갈구가 닿는 그 지점. 코끝으로 정결한 황홀감이 한 가닥 정점이 되어 준동하는 현상. 그 냄새를 맡기만 해도, 그저 죽어져도 아깝지 않을 완전한 사랑이 된다. 시인은 이걸 '그리움의 절대값'이라고 하지 않는가, 햐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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