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떡이는 목포의 참맛, 젓가락 하나면 바다를 꿀꺽

지금 목포는 펄떡 펄떡 살아있는 맛바다다. 부두마다 작업주민들이 은빛 그물에 걸린 참조기를 떼내느라 북적이고 있다.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짭조름한 바다내음 위로 해가 솟는다. 금빛 물결을 따라 항구로 돌아온 뱃사람들이 금싸라기 같은 참조기들을 쏟아낸다. 긴 장화를 신고 고무장갑을 낀 주민들이 몰려든다. 손발 척척, 호흠 척척 은빛 그물을 헤집는 손길이 분주하다. 한 마리, 두 마리 조기들이 펄떡 펄떡 그물위에서 춤을 춘다. 어부의 얼굴에 웃음꽃이 스친다. 항구 뒷골목 맛집 문틈서 새나오는 조기굽는 냄새가 어느새 아침을 알린다. 그렇다. 지금 목포는 '맛'이 펄떡이고 있다. 제철맞은 참조기가 지천이고 새하얀 속살에 얼큰한 먹갈치찜도 '맛 바다'를 그려낸다. 어디 그뿐인가. 홍탁삼합, 세발낙지, 꽃게장무침 등목포 5味는 남도로 향하는 발길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초겨울로 접어든 지난 주말, 참조기와 먹갈치를 찾아 목포항 부두로 향했다.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시간, 대낮처럼 불을 밝힌 부두가 활기로 넘쳐난다. 해뜨기 전 부지런한 일상이 시작되기에 어부들의 새벽은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부두에는 작업주민들이 초겨울 매서운 바람과 싸우며 참조기를 가득 실은 만선의 배가 들기만 기다리고 있다. 오전 7시를 넘기자 아침노을을 가르며 여러척의 배가 힘찬 뱃고동소리를 울리며 들어온다.

목포항에서 작업하는 주민들

순식간에 부두는 모여든 작업주민과 어부, 상인들이 어우러져 갖 잡아올린 조기처럼 싱싱하게 살아 움직인다.일본의 수산물 방사능 공포로 인한 소비 감소로 한산했던 부두마다 참조기떼로 인해 북적이고 있는 것이다. 조기는 전세계에 180여종이 있지만 우리나라 연해에서는 약 11종이 잡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중에서 노란색을 띠는 참조기가 가장 인기다. 조기는 우리말 이름으로 '기운을 북돋워 준다'는 뜻에서 조기(助氣)라고 풀이하기도 했다주민 수 십명이 내려지는 그물앞에서 섰다. '조기 떼기' 작업에 나설 참이다. 조기 떼를 가득 품고 부두에 부려진 그물더미는 첩첩이 밀려온 흰 파도를 닮았다. 주민들은 날렵한 손길로 은빛 그물 한 자락씩을 끌어당겨 점점이 박힌 참조기들을 떼내 상자에 담는다."아~따 방송에 나오요, 뭐 할라고 자꾸 찍소, 나 말고 저 이쁜 아줌씨 찍으소" 카메라 셔터소리에 전라도 사투리로 싫지않은 농담이 날아온다."올해는 지난해보다 많이 잡혀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조기 딴당게요. 하루에도 열 몇시간썩 일해부러." 종일 서서 일하는 고된 작업인데도 주민들 표정은 밝다.

노란뱃살을 자랑하는 목포 참조기

목포는 서남해안의 대표적인 참조기 집산지다. 이맘때 북항(뒷개)이나 폭포항에선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벌어지는 조기 떼기 작업이 장관을 이룬다.요즘 잡히는 참조기는 대개 15~30㎝ 크기. 길이 15~20㎝짜리를 8석, 20~25㎝는 7석, 25~30㎝는 6석으로 분류한다. 목포수협 어판장에선 요즘 하루 5000~7000상자가 거래된다.한 선주는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10~20% 늘고 품질도 뛰어나지만 참조기 값은 그리 높지 않다"면서"이것 저것 빼고 나면 남는게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관광객이나 소비자들은 지금이 품질 좋은 참조기를 젤 싸게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목포 참조기를 많이 찾아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부두를 나와 조기굽는 냄새에 이끌려 길을 잡는다.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수협 가는 길가에 '맛길 회ㆍ구이'(061-242-5161)집이다. 여기선 참조기를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30여년간 조깃배를 운영해온 선주가 주인장이기 때문이다. 조기백반(7000원)이나 조기구이(1인 1만5000원), 조기매운탕(1만원)을 시키면 섭섭지 않게 목포 참조기 맛을 느껴볼 수 있다.

참조기구이

참조기구이를 주문했다. 생선은 구워 먹을 때 그 풍미가 가장 좋게 느껴지기 때문. 생선의 아미노산과 당 성분이 뜨거운 열에 반응해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향기 분자가 생선의 맛과 향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따뜻하고 고슬고슬한 밥위에 노릇 노릇 잘 구어진 참조기 한 점을 올린다. 침샘을 자극하는 조기맛에 밥 한공기가 후딱 사라지고 없다.

목포 먹갈치

참조기에 잠시 뒷전으로 밀렸지만 목포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생선은 먹갈치다. 목포 5味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고 있는것만 해도 알수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먹갈치를 토막 내 기름기 자글자글하게 굽거나 얼큰하게 조려 먹는 맛이 일품이다. 우리가 먹는 갈치는 대체로 은갈치와 먹갈치로 나뉜다. 은갈치는 주로 제주해역에서 잡히는데, 은빛비늘이 매끄럽다. 반면 먹갈치는 본래 검은빛을 띠지만 먼 바다에서 그물로 잡는 통에 비늘이 벗겨져 더 거무튀튀한 모습이다. 대신 씨알이 굵고 살에 지방이 풍부해 부드럽고도 고소한 맛을 낸다. 때문에 미식가들은 목포 먹갈치를 최고의 별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목포는 먹갈치의 본고장답게 맛집이 많다. 그중 선경준치횟집(061-242-5653 )은 지역민들이 추천할 만큼 최고로 통한다. 이 집은 고사리, 토란을 넣어 얼큰하게 조려낸 갈치찜이 특미다.주인장인 이후정씨는 특별한 양념비법을 내세우지는않지만 자연에서 수확한 신토불이 재료를 사용해 예전 방식으로 갈치찜을 내놓는다. 여기에 남편이 배를 가지고 직접 갈치, 조기 등을 잡아 싱싱한 생물을 그대로 사용하는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선경준치회집의 갈치찜

갈치구이

또 다른 별미는 갈치구이가 꼽힌다. 두툼한 먹갈치를 토막 내 굵은 소금을 뿌리고 고소한 기름기가 새 나올 정도로 그릴에 바싹 구워내는 게 특미다. 갈치찜과 구이는 각 1만2000원(1인 기준)이다. 이밖에도 이 집의 상호에 걸맞게 준치회무침도 맛깔나다. 목포=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여행메모△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이기에 찾기가 쉽다. 목포행 KTX열차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볼거리=관광은 유달산권,삼학도권,갓바위권,북항권,고하도권 등 5개 권역으로 나뉜다. 목포역에서 5분거리에 근대 역사관, 구일본영사관, 동양척식회사 등 근대문화 역사가 몰려있는 유달산권이다. 이밖에도 갓바위, 중앙공원 춤추는 바다분수, 삼학도, 이난영공원, 목포대교, 고하도용머리길, 온금동 다순구미마을 등이 있다. 기존 여행지와 달리 눈길을 끄는 곳도 있다. 1976년 임혜진, 이덕화가 주연한 하이틴영화 '진짜 진짜 미안해'를 촬영한 목포 혜인여고다. 유달산 자락에 고즈넉하게 자리한 이 학교는 영화 촬영지로도 찾아볼만 하지만 교실로 드는 현관의 건축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목포시청 관광과 061-270-8432.

갓바위

낙조대 일몰, 저 멀리 목포대교와 고하도가 보인다

진짜 진찌 미안해 촬영지인 목포 혜인여고

1976 진짜 진찌 미안해 촬영지인 목포 혜인여고.

△먹거리=참조기와 먹갈치외에도 목포에는 맛이 풍성하다. 목포 5味로 불리는 홍탁삼합(인동주마을 061-284-4068)을 비롯해 세발낙지(독천식당 061-242-6528), 꽃게무침, 여름에 먹는 민어회(영란횟집 061-243-7311)등이다. 평화의 광장에 있는 해촌(061-283-7011)의 바지락초무침도 지역민들이 꼽는 맛집이다. 이밖에도 60여년 전통을 자랑하는 목포 여고생들의 추억의 간식 '쑥꿀레'도 빼놓을 수 없다. 쑥으로 빚은 떡을 팥에 머무려 조청에 찍어 먹는데 달달한 맛으로 목넘김이 기통차다. 목포 죽동에 있는 분식집 '쑥꿀레'에서만 유일하게 맛볼 수 있다. 코롬빵제과점도 전국 5대 빵집에 들 정도로 유명하다.

목포 여고생들의 영원한 간식 쑥꿀레

바지락초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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