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세 33%로 미국의 두배…세금 부담 늘며 기업도산 급증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전반의 경기회복 분위기에도 이탈리아가 침체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이탈리아의 비합리적 조세제도가 경제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최근 보도했다.이탈리아의 올해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는 재정위기 국가인 이웃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각각 0.1%, 0.2% 성장하며 플러스로 반등한 것과 대비된다. 아일랜드는 구제금융을 받은 4개국 가운데 처음으로 구제금융 프로그램으로부터 졸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저널에 따르면 이탈리아 경제가 여전히 방향을 찾지 못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조세제도 탓이 크다. 무엇보다 기업과 개인에게 지워진 세율이 유로존에서 가장 높다. 이탈리아 근로자들이 내야 하는 급여세는 33%로 13%인 미국의 두 배를 웃돈다. 전체 GDP에서 영업세·급여세 등 고용 부문의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66%에 이른다.이처럼 고용세가 높은 것은 개인의 공공연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GDP에서 노령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미국의 2배다. 이는 유럽의 경제 강국인 독일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다.경기부진에 세금 부담이 가중되면서 이탈리아의 가계와 기업은 빚더미로 고통 받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월 도산한 기업 수는 9902개로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민간 부채는 189%로 그리스보다 높다. 공공부채는 GDP 대비 169.1%에 이른다.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내년 예산안을 내놨다. 예산안의 뼈대는 영업세와 급여세를 총 30억유로(약 4조2770억원)로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삭감 규모가 미미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OECD 평균에 맞추려면 30억유로의 추가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높은 연금 지출액과 고공 비행 중인 공공부채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공공지출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연금과 정부부채를 감안할 때 핵심 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지출은 GDP 대비 겨우 32%다. 독일의 경우 43%에 이른다.특히 이탈리아의 개혁을 주도해온 마리오 몬티 총리가 지난해 12월 사임한 뒤 이어지고 있는 정국불안은 세제개혁에 방해가 되는 주요 요인이다. 정치권 갈등의 심화로 앞으로도 경제개혁 속도는 더딜 듯하다.밀라노 소재 법률회사 보넬리 에레데 파파알도의 마르코 마니스칼코 파트너는 "이탈리아의 젊은 세대가 고용과 사회보장 혜택에서 모두 소외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탈리아가 세제개혁 없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란 어렵다"고 말했다.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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