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넥센 강정호 '해외 진출? 승부수 던진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강정호에게 2014년은 넥센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일 수 있다. 2006년 2차 1순위로 현대 유니폼을 입었는데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얻는다. 넥센 구단이 동의만 한다면 새로운 도전을 펼칠 수 있다. 분위기는 순조로운 편이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복수 구단이 영입에 적잖은 관심을 나타낸다. 선수단의 수장도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다. “선수의 앞길을 막을 생각은 없다”며 “미국으로 가면 프로야구 야수 가운데 첫 번째 빅리그 진출자가 된다”고 했다. 넥센에게도 강정호의 해외 진출은 무난한 선택에 가깝다. 최근 수준급 선수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롯데가 강민호와의 자유계약선수(FA) 재계약에 4년 총액 75억원을 투자할 정도. 강정호는 지난 시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WAR·Wins Above Replacement)가 7.15로 가장 높았다. 올 시즌 성적도 못지않다. 131개의 안타를 치며 커리어하이에 해당하는 96타점을 올렸다. 2년 연속 20홈런 고지 정복은 덤. 향후 FA 시장에서 상당한 몸값이 예상된다. 모기업의 지원이 없는 넥센에겐 분명한 부담이다. 그렇다고 국내 다른 구단에 빼앗길 수도 없다. 강정호는 창단 때부터 구단과 함께 성장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서울 팬을 끌어 모으는 데 혈안인 구단이 팀의 상징을 FA 시장에 버젓이 내놓는 건 그야말로 무모한 모험이다. 그런 그들에게 포스팅시스템이나 임대 형식의 이적은 충분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구단과 강정호 모두 적절한 명분과 실리를 챙길 수 있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강정호는 최근 다른 주전급 선수들보다 일주일가량 일찍 훈련을 재개했다.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의 지도 아래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체력과 근력을 보강하고 있다. 올해의 아쉬움을 내년 시즌 깨끗이 씻겠단 각오다. 그 마음 한켠에는 포스팅시스템도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나가고 싶다.” 이어진 다짐은 예사롭지 않았다. “야구인생에서 내년이 가장 중요하다. 승부수를 던지겠다.”다음은 강정호와의 일문일답-가을야구 뒤 어떻게 지냈나.▲집에서 푹 쉬었다. 일본 오사카와 태국으로 여행도 다녀왔고.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마자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몸과 마음에 힐링이 필요했다. -원했던 만큼 치료가 됐나. ▲물론이다. 모처럼 마음 놓고 휴식을 즐겼다. 그 덕에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야구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광주 집에는 내려가지 않았나.▲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모님이 서울로 올라오셔서. 친구들도 대부분 서울에 거주한다. 광주에 가도 이젠 함께 놀 사람이 없다.-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를 전혀 보지 않았다던데.▲인터넷을 통해 최종 스코어만 확인했다. 시리즈가 꽤 흥미진진하게 전개된 것 같더라. 그래도 보고 싶지 않았다. TV 중계를 보고 있으면 화가 날 것 같았다.(웃음)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일찌감치 막을 내린 가을야구에 아쉬움이 커 보인다.▲없을 리가 있나. 내가 가장 못했는데. -어떤 점이 만족스럽지 못했나.▲타석에서 공을 잘 때리지 못했다. 수비는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득점 기회를 너무 많이 놓쳤다. -준 플레이오프 기간 적잖은 부담에 시달린단 보도가 있었다.▲전혀. 오히려 1, 2차전을 이긴 덕에 경기를 즐기면서 했다. 돌이켜보면 5차전이 너무 아쉽다. 타격감을 막 찾았는데 시리즈가 끝나버렸다. -사실 큰 경기에 약한 선수가 아니다. 강한 인상을 남긴 적도 있다. 지난 3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과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대표적이다.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려 대표팀의 3대 2 승리를 견인했다.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준 한 방이었다.▲홈런을 떠나 여운이 많이 남는 대회였다. (길게 한숨을 내쉬고) 충분히 2, 3라운드에 오를 수 있었는데. 포스트시즌과 국제대회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일단 국제대회는 훈련 때부터 긴장을 하게 된다. 국가대표라는 이유만으로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된다. 이번 가을야구는 정반대였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시리즈를 보너스 경기로 여겼다. 긴장보다 모두 즐기면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그렇다면 어떤 점이 가을야구 타격을 방해했을까.▲정규시즌 막바지부터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3할 이상의 타율을 마지막 5경기에서 지키지 못할 정도였다.-그 기간 19타수 3안타를 쳤더라.▲생각대로 타격이 되지 않았다. 휴식 없이 포스트시즌을 치러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할 여유도 없었고.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가을야구에서 염경엽 감독이 신경을 많이 쓰던데.▲3차전을 내준 뒤였던 것 같다. “네가 있었기에 페넌트레이스 3위를 할 수 있었다. 자신감을 갖고 편하게 쳐라”라고 했다. 그 말에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염경엽 감독과의 궁합이 꽤 좋아 보였다. ▲만족스럽다. 꾸준한 소통에 야구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평소 선수시절 경험을 많이 이야기해주신다. 힘들 때는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주시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즌을 치러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야구 외적으로 많은 공부도 했고. -무엇보다 선수들의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더라.▲나보다 나를 더 많이 연구하시는 분이다. 수비 동작 하나하나까지 그냥 넘어가시는 법이 없다. 특히 팀플레이에 대한 부분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허문회 타격코치는 어땠나.▲한마디로 최고였다. 많은 이야기를 통해 단점을 보완해줬다. 내가 부진에 빠지거나 기술적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오셨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에 대한 자료나 다양한 타격 분석 등이 큰 도움이 됐다. -지난해 박흥식 타격코치의 지도에도 상당한 만족을 나타냈는데.▲박 코치님은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다. 반면 허 코치님은 타자들의 멘털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신다. 부진을 겪는 선수에게 마련해주시는 돌파구가 탁월하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시즌 초 주안점을 둔 부분이 무엇이었나.▲컨디션 관리를 잘하고 싶었다. 좋은 타격감을 오래 유지하면 성적도 자연스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위에서 30홈런을 노리지 않았느냐고 자주 묻는데 그렇진 않았다. 부상을 피하고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아쉽게 놓쳤다. ▲구단도 그렇지만 나 역시 욕심을 내지 않았다. 아쉽긴 하다. 도루 5개만 채웠다면 기록을 이뤘을 테니까.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이 뛰어야 할 것 같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를 우려해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은 건가. ▲그렇다. 시즌 전부터 필요할 때만 뛰자고 마음을 먹었다. 두 자릿수만 기록하려고 했는데 시즌을 마치고 돌아보니 많이 아쉽다. 체력에 큰 차이가 없는 듯해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부상을 당하지 않는 소득을 챙겼지만. -가을야구에서도 그랬지만 5번과 6번 타순을 오고갔다.▲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부분이다. 숫자는 다르지만 돌아오는 타석 수는 비슷하다. -가장 편한 타순은 몇 번인가.▲5번이다. 6번도 그렇고. 가장 편한 건 8번과 9번 아닐까(웃음). 5번이 가장 어울리는 자리인 것 같다. 욕심이 많은 편이다. 공격적인 스타일이기도 하고. 득점 찬스에서 최대한 많은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고 싶다. 뒤에서 (김)민성이가 버텨준다면 투수들이 승부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정규시즌 자평을 부탁한다.▲100타점을 올리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막바지 5경기에서 떨어진 타율이 많이 아쉽다. 일희일비하진 않는다. 잘 때릴 때가 있으면 못 칠 때도 있는 것이 야구니까. 갑자기 성적이 쭉쭉 오르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타수가 지난 시즌보다 14번 늘었다고 해도 31개가 많은 109개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은 오히려 68개로 3개가 줄었고. 욕심이 많았던 시즌으로 보이는데.▲지난 시즌만큼 해야 한단 부담이 없잖아 있었다. 부담에 쫓기다 보니 조금 성급했다. 솔직히 많이 공격적이었다. 잘 맞지 않아도 욕심을 내는 성격을 버리지 못했다(웃음). 그렇다고 성격을 바꿀 생각은 없다. 그래야 타점도 올리고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팀에 많은 도움을 줬다.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0.306로 그렇지 않을 때(0.277)보다 훨씬 높았다.▲주자가 있어야 타석에서 집중이 잘 된다. 타석에 들어설 때 기분부터 다르다. -주안점을 뒀다고 밝힌 체력 관리는 충분히 해낸 것 같다. 특히 여름철마다 찾아오던 위기를 비교적 유연하게 넘겼다. ▲솔직히 많은 휴식을 취하진 못했다. 교체 선수가 없어 경기를 끝까지 소화할 때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여름에 조금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막상 경기를 치를 때는 느끼지 못한다. 시즌을 마치거나 부상을 당하고 난 뒤에야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WBC 출전을 감안하면 상당한 발전을 이룬 듯하다. ▲그렇긴 하다. WBC 직후 올 시즌이 무척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무엇보다 몸을 만든 시간이 너무 짧았다. 체력을 많이 소모한 상태에서 시즌을 맞기도 했고. 어떻게든 버텨야겠단 생각이 강했는데 만족스런 결과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 -올 시즌이 거포형 유격수로서 변모한 단계로 보인다.▲타점을 많이 올려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닐까. 만족스럽긴 하다. 타자에게 가장 필요한 기량이 타점 생산이니까. 앞에서 많이 출루해준 민성이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실책은 지난 시즌보다 3개 많은 15개였다. ▲막바지 5경기에서 저지른 3개의 실책이 뼈아팠다. 12개로 시즌을 마쳤어야 했다.

강정호(왼쪽)[사진=정재훈 기자]

-많이 억울한 것 같다. 어려운 타구를 잡으려다 실책이 적잖게 추가됐다.▲이것 역시 욕심이 부른 결과다. 막상 경기에 나가면 기록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어떤 타구든 잡고 싶어진다. 답답한 노릇이다. 물론 반성할 점도 있다. NC와의 경기에서만 절반에 가까운 6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상대를 너무 안일하게 본 것 같다. 뚜껑을 열어 보니 투타가 무척 안정된 팀이었다. 선수들도 겁 없이 덤벼들었고. -그래도 리그 유격수 가운데 최고의 수비를 자랑한다. ▲그렇지 않다. 나만큼 수비하는 유격수, 찾아보면 많다(웃음). 어쨌든 내년에는 꼭 실책을 줄이고 싶다. 병살타를 칠 때보다 안 좋은 기분을 이젠 그만 느끼고 싶다. -내년이면 프로 입단 9년차다. ▲프로야구의 흐름이 막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지만(웃음). 투수의 승부 타이밍을 알면서도 여전히 마구 덤벼든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 충분히 알고 있다. 해답도 구했다. 이젠 마음을 조절하는 일만 남았다. -내년 시즌 뒤 포스팅시스템을 노려볼 만한데.▲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해외로 나가고 싶다. 염경엽 감독님도 적극 지지해주시겠다고 했다.-팀 동료 브랜든 나이트가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을 꽤 높게 점치더라. “터프가이의 공격과 수비는 모두 수준급이다. 나이까지 젊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평했다.▲과찬이다. 메이저리그에 가고 싶은 건 맞다. 경험을 생각하면 일본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동양인 내야수는 거의 없다. 가와사키 무네노리(토론토 블루제이스), 나카지마 히로유키(오클랜드 어슬렉티스), 다나카 켄스케(샌프란시스코) 모두 활약이 미미하다. ▲그래서 더 실력을 키워야 한다. 주위에서 거론하는 메이저리그 행의 근거는 모두 가능성이다. 그것을 더 높여야 어디에 가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왼쪽)과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어떤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까.▲미국 애들 못지않은 힘과 강한 타구를 잡을 수 있는 순발력이다. 정확한 송구도 빼놓을 수 없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려면 체력도 더 보강해야 한다.-스스로 성공 가능성을 어느 정도라고 보나.▲솔직히 모르겠다. 빅리그 투수들의 볼을 쳐보지 못해서. 지난 WBC에서 실력을 가늠하고 싶었는데 1라운드 탈락으로 기회를 잃었다. 레다메스 리즈(LG)의 볼 정도라면 충분히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보다 정확한 제구에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한다면 조금 어려울 것 같고. 냉정하게 따져보면 아직 빅리그에서 자리를 잡긴 힘들어 보인다. 물론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최근 메이저리그는 거포 유격수가 크게 줄었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솔직히 메이저리그 경기를 시청하다 ‘쟤보단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몇 번 했다. 그래도 0.220 이상의 타율은 남기지 않겠나(웃음). 문제는 리그 적응인 것 같다. 꾸준하게 기회를 제공받는 것도 중요할 것 같고.-다양한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 같다.▲일단 멘털적으로 여유를 가져야 한다. 체력 관리는 그 다음이다.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고 그걸 얼마나 유지하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것 같다. -최근 웨이트트레이닝에 신경을 많이 기울이는데.▲몸의 중심부를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허리, 허벅지, 골반이다. 내년 장타 생산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올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큰 관심을 보였다.▲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말인가(웃음). (오)승환이 형을 보러 온 건데 나도 함께 관찰했다고 하더라. 무척 기분이 좋았다. 내년에 목동구장을 찾는다면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얼마나 성적이 오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승부수를 던질 거다. 이렇게 일찍 운동을 재개한 데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웃음). 정말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기대해도 좋다.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빅리그 등판 경기를 즐겨봤나.▲물론이다. 슬라이더가 많이 좋아졌더라.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해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았는데 끝까지 잘 버텨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다. 어떤 훈련으로 체력이 강해졌는지 궁금하다. 비법을 빨리 전수받고 싶다.-일단 ‘K로드’라는 별명부터 지워야 할 것 같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는 금지약물 복용 선수다.▲미구엘 카브레라(디트로이트)로 마음을 옮긴 지 꽤 됐다(웃음). 너무 잘 친다. 조금 특이한 타격 폼을 갖췄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약점이 없다. 그렇게 바꾸려고 몇 번을 시도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만 내 것으로 만들었다.(웃음) -현대에서 뛸 때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듬해 급성장을 이룬 비결이 궁금하다.▲2006년 입단해 2군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0.400 이상의 타율을 쳐도 그랬다. 그래서 한때 야구를 포기하려고 했다. 안이한 생각이 있긴 했다. 고교 팀에서 1학년생은 경기를 많이 뛸 수 없지 않은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기회가 올 것이라고 여긴 것이 오산이었다.

강정호[사진=현대 유니콘스 제공]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나.▲히어로즈로 구단이 바뀐 뒤에도 처지가 나아지지 않으니까 오기가 생겼다. 매 게임을 고교야구 전국대회로 생각하고 뛰었다. 그 덕에 코치진에 믿음을 줄 수 있었고, 나태한 생각을 버리게 됐다.-2군에서의 긴 시간이 도움이 됐나.▲물론이다. 젊을 때 아픈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된다. -넥센에서 그동안 많은 연봉을 벌었다. 이번에도 인상이 유력한데.▲이장석 대표님이 알아서 잘 해주시지 않을까(웃음). 고생한 만큼 충분한 대우를 해주실 거라 믿는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효자다. 필요할 때만 통장에 돈을 넣어달라고 한다. 사실 많이 쓸 데도 없다. 대부분을 먹는 데 지출한다.-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씀씀이가 클 줄 알았다. ▲잘못된 소문이다(웃음).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 형편이 어려웠다. 건축업에 종사하시는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자식이 남부럽지 않게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온갖 정성을 다하셨다. 그 희생으로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젠 보답할 차례다. -일부 팬들로부터 패션을 지적받는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다. 운동을 하러 가는데 치장을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스윙을 한 번 더 하겠다. 청바지에 티 하나를 걸치면 그만이다. 소개팅 자리면 모를까 야구장을 출근할 땐 옷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맞다고 본다. -넥센의 창단 멤버다. 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를 것 같은데.▲광주 집보다 목동구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을 거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단과 동행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가족 같다. 그런 구단이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하길 바란다.

강정호[사진=정재훈 기자]

-어느덧 구단의 간판선수가 박병호로 바뀌었다.▲병호 형이 간판 맞다(웃음). 솔직히 그런 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냥 꾸준한 선수로 인식됐으면 한다. 많은 승리에 기여해 선수단과 팬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면 더 좋고.-넥센은 정규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그라운드를 개방해 팬들과의 만남을 진행했다. 당시 사인 행렬에서 박병호 앞에 선 줄이 가장 길더라.▲당연한 현상이다. 이 팀에서 8년을 뛰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팬들에게 사인을 해줬겠나. 이미 받고 싶은 팬들은 다 받았을 거다.(웃음)-포스팅시스템을 감안하면 내년이 넥센에서 보내는 마지막 해가 될 수 있다. ▲넥센 구단은 내가 성장하고 큰 곳이다. 그런 팀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꼭 감동을 안겨주겠다.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하지 않는다. 열심히 준비해 그 이상의 성적을 남기겠다. 기대해도 좋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정재훈 사진기자 roz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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