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주력 생산기지 해외로…협력사도 이전, 시설투자 고용효과 크게 줄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국내 전자 산업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제품은 베트남이 주력 생산기지가 됐고 노트북과 프린터 생산라인은 대부분 중국으로 옮겼다. 국내 사업장의 생산 비중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직면한 위기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전자업체들이 주력 생산품목들을 중국, 베트남으로 계속 이전 중이다. 삼성전자, LG전자 제품이지만 '메이드 인 코리아'를 찾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청소기 생산라인을 광주 공장에서 베트남 공장으로 옮겼다. 올해 초에는 드럼세탁기 '버블샷3'를 중국 쑤저우 공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형 고가 TV의 경우 중국 톈진에서, 스마트폰은 전체 물량의 대부분을 베트남에서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도 오는 2020년까지 베트남에 3억달러를 투자해 하이퐁, 홍이엔의 백색가전 생산라인을 하이퐁으로 통합, 확장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선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생활가전 전 제품이 생산된다.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행보지만 창원 공장의 생산라인 일부를 베트남으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자업체들의 주력 제품 대다수는 이미 중국, 베트남에서 생산되고 있다"면서 "전자업계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국내 제조업 기반은 무너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주력 제품들의 생산라인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삼성전자의 구미(휴대폰), 광주(생활가전)에 근거지를 둔 협력사들도 하나둘씩 중국과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LG전자 평택공장(스마트폰)과 창원공장(생활가전)의 경우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베트남 생산시설이 완공될 경우 생산량과 생산비중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산업계는 전자업종의 '제조 공동화'를 우려하고 있다. 후방효과가 큰 전자산업의 경우 각종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이 지방사업장에 함께 입주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중국, 베트남으로 생산라인을 옮기며 협력사까지 함께 떠나는 경우가 상당수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자업체로 도약했지만 국내에 미치는 고용효과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도 골칫거리다. 종전에는 국내에서 진행되던 시설 투자와 고용이 해외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베트남, 중국 정부에선 이미 '귀한 몸'이 됐다. 스마트폰, 생활가전 공장 외 반도체,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 단순 조립 과정을 반복하던 공장이 아닌 최첨단 기술이 필요한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자업계는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이라는 전략적인 포석 외에도 각종 규제와 대기업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 값비싼 고임금, 매번 벌어지는 특혜 시비 등으로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베트남의 제조 역량이 크게 높아졌고 두 나라 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부지 및 세제 혜택 등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전자업계 입장서는 옮기지 않으려 해도 옮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지자체마다 해외 투자들을 유치한다며 미국, 유럽 등지에서 투자 유치 설명회를 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 나갈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한국내 제조업 기반은 10여년 뒤에는 완전히 무너질 것으로 예상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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