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매로 내몰리는 '하우스 푸어'

법원 경매에 나온 수도권 아파트가 지난달 3024건에 달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월간 기록으로는 최대치라고 한다. 서울 753건을 비롯해 경기 1865건, 인천 406건이다. 빚을 얻어 집을 산 집주인들이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면서 경매로 넘겨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하우스 푸어들이 본격적으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징후가 아닌지 걱정이다. 경매 물건의 급증은 경기 불황,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의 결과다. 주택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집을 싸게 팔아 금융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값은 떨어지는 데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집을 급매로 내놔도 팔리지 않아 경매로 넘어가는 것이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하우스 푸어의 집들이 계속해서 경매로 나올 공산이 크다.  하우스 푸어 문제는 중산층 노후문제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불황을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매 낙찰가가 일반 시장 거래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크다. 그만큼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하우스 푸어의 위기는 심각성이 크다. 서둘러 해결하지 못하면 경제사회 전반에 재앙을 부를 것이다.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 대책은 겉돈다. 은행이 하우스 푸어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ㆍ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적격전환대출은 5월 시행 이후 현재까지 이용 실적이 24건에 불과하다. 하우스 푸어의 집을 직접 매입해 채무탕감을 지원하는 희망임대리츠는 대상이 500가구에 불과하다. 32만가구로 추정되는 하우스 푸어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게다가 국민행복기금은 유주택자인 하우스 푸어는 대상이 아니다. 정부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은 대출금의 원금 상환 유예와 금리 인하를 통해 위기에 놓인 가계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 유주택자를 채무재조정 대상에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근본적으로는 전월세 공급을 늘리고 매매를 활성화하는 것이 답이다. 정치권은 취득세 인하를 비롯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관련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시장 정상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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