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 서울관 13일 개관…'융합·소통·시간을 보다'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 집속의 집 집속의 집'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4년여의 준비 끝에 완공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이 13일 개관한다.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서울관은 부지 2만7264㎡, 연면적 5만2125㎡, 지하 3·지상 3층(높이12m)의 규모로 옛 기무사터에 건립됐다. 서쪽엔 경복궁이 동쪽엔 창덕궁과 북촌 한옥마을, 남쪽으로는 광화문 광장과 인사동 거리가 연결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86년 개관), 덕수궁관(97년 개관)에 이어 서울 한복판 '도심 속 담장 없는 개방형 건물'인 서울관으로 3관 체제를 이루며 한국 미술의 경쟁력, 미술 전시 허브 등 새로운 미래 비전을 갖추게 됐다.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서울관은 개관특별전으로 국내외 7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과 해외미술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협업작업, 다양한 장르의 소통, 한국현대미술의 역사적 맥락, 현장에서의 대형 설치 프로젝트, 서울관 건립과정을 사진으로 담은 작품 등 다채로운 전시가 열린다. 서울관 개관을 이틀 앞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서울관은 현시점에서의 한국·해외 미술계 이슈를 전파하고, 미술을 통해 역사를 반추하고 대화하는 통로역할을 할 것"이라며 "앞으로 문화예술계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알려나가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킴 존스, '양동이와 부츠가 있는 머드맨 구조물', 1974, 190×241×50cm, 나무, 테이프, 천, 왁스, 페인트, 셸락, 진흙, 아크릴, 부츠, 양동이, 작가 및 피어로기(Pierogi) 갤러리 소장

중심 전시장인 미술관 3,4,5관에서 소개되는 '연결-전개'전은 서울관이 지향하는 개방성과 예술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는 의미의 전시다. 한국, 미국, 영국, 일본, 독일, 인도 등 다양한 국적의 큐레이터들이 선정한 타시타 딘(영국), 킴 존스(미국), 아마르 칸와르(인도), 마크 리(스위스), 리 밍웨이(대만), 키시오 스가(일본), 양민하(한국) 등 7명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1970~80년대 진흙을 바르고 나뭇가지 구조물을 짊어지며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거리 퍼포먼스를 보이며 반전운동을 펼친 작가 킴 존스의 '양동이와 부츠가 있는 머드맨 구조물'에선 작가 자신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경험에서 기인한 전쟁에 대한 트라우마와 개인의 성찰을 만나볼 수 있다.

필립 비슬리의 '착생식물원' <br />

7전시실과 멀티프로젝트홀에선 미술, 건축, 디자인, 과학, 공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한 융복합 프로젝트 전시인 '알레프 프로젝트'전이 열린다. ‘알레프’는 20세기 환상 문학의 거장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작은 구슬처럼 생긴 무한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번에 소개된 필립 비슬리의 작품 '착생식물원'은 전시실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생물체와 같은 인공 구조물이다. 관람객의 움직임을 인지한 센서들이 작동해 수많은 빛과 소리를 내고 있다.

박생광, '전봉준', 1985년, 화선지에 채색, 360*510cm

1,2 전시실에선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만 구성된 한국현대미술 작품이 소개된다. 정영목 서울대학교 교수의 기획으로 마련된 '자이트 가이스트-시대정신'전은 서세옥, 김재홍, 박생광, 윤명로, 장화진 등 39명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 등 59점이 선정돼 전시되고 있다. 정 교수는 "때에 따라 대단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작품들이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실 뿐 아니라 복도 같은 개방된 공간을 활용한 맞춤형 대형설치작품도 눈에 띈다. 특히 국제적인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서도호 작가가 만든 온통 파란색의 대형작품 '집속의 집 집속의 집 집속의 집'은 보는 이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두 개 층고를 가득 메우고 있는 17m 높이의 이 작품은 직접 그 안에 들어가 체험할 수 있다. 서 작가는 "어릴 적 나 자신이 살았던 작은 한옥을 안집으로 하고, 미국유학시절 살았던 아파트 건물을 바깥 집으로 구성한 것"이라며 "한옥과 아파트, 그리고 미술관과 나아가 경복궁과 서울까지 다섯 가지 공간을 확장한 맥락을 함께 연상하며 관람객들이 감상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관 개관을 기념해 한국현대미술의 선구자격인 서세옥 작가와 김영중, 정탁영, 정영렬, 송수남 작가의 유족이 작품을 대량으로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특히 한국화가 서세옥은 본인의 전 작품세계를 시대별로 망라하는 100여 점의 주요작품을 기증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정형민 관장은 "건물 정문에 아이코닉(iconic)한 대형작품을 설치하는 게 최근 세계적인 미술관의 추세라면, 서울관 정문에 설치품을 세우지 않은 것은 우리의 의도다. 아이콘 자체를 작가에 두고 있다"라며 "앞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전시 30%, 한국미술과 세계미술을 함께 소개하거나 접목시키는 전시를 70% 비중으로 해 국내외관객들에게 세계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국내작가들이 세계적인 작가들과 협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미술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서울관 개관 초기(13∼30일)에는 쾌적한 관람환경을 위해 현장판매와 함께 온라인 사전예약(www.mmca.go.kr)을 받는다. 입장객은 시간당 500명으로 제한된다. 상설전은 무료이며 개관기념전 통합권은 7000원, 전시 섹션별로는 3000원에서 7000원까지 다양하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로 단, 매주 수·토요일은 오후 6~9시 무료로 야간 개방한다. 월요일 휴관. 문의 02-3701-9500.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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